의료진 과실로 피해를 입은 환자에게 법원이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평생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의료 사고 관련 사건에서 법원이 의료진의 과실을 100%로 인정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서울북부지법 민사12부(부장판사 김양호)는 의료진 과실로 피해를 입은 A(66)씨가 경기도 소재 한 병원의 의사 2명과 서울 소재 종합병원 의사 1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14년 4월 동네 병원에서 대장내시경을 받던 중, 의료진의 과실로 대장에 지름 5cm의 구멍이 생겼다. 병원 의료진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A씨를 종합병원으로 옮겼다.
A씨가 복통을 호소하며 숨이 찬다고 설명하자 종합병원의 의사는 대장내시경을 통해 대장의 천공을 발견했고, 접합을 시도하던 중 A씨에게 심정지가 발생했다. 해당 의사는 A씨가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기관 내 삽관(기관 내로 튜브를 넣어 기도를 확보하는 시술)을 하다 여러 차례 실패해 30여분을 지체시켰다. 그동안 A씨는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으로 식물인간이 됐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동네 병원 의사들에게 “대장 천공을 예방하기 위해 내시경 조작을 신중히 했어야 했다”며 “대장 천공 발생 확률은 0.03~0.8%dp 불과해 ‘일반적’ 합병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A씨가 특별히 대장내시경 검사가 어려운 체질을 가졌다고 보기 어려우며, 의료진 과실 외에 대장 천공의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종합병원 의사에 대해서는 “응급처치 도중 산소 공급에 실패해 한씨를 허혈성 뇌손상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의사 세 명이 A씨가 사망할 때까지 매달 약 400만원을 배상하고 4억여원을 A씨에게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금까지 의료 사고 사건은 의료진의 ‘책임제한’ 법리에 따라 과실 책임을 크게 묻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는 기존에 대장 질환이 없는 상태로 보통의 건강검진을 받다가 대장 천공을 얻은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후 종합병원에서도 추가 검사를 받다가 쇼크와 뇌손상을 입었다”고 설명해 의료진의 책임을 제한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승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