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후배는 중학교 때 교회 주일교사로부터 이 말을 듣고 며칠 동안 잠을 설쳤다고 합니다. 주일교사가 복장과 두발을 지적하면서 한 말이었습니다. 후배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지금은 교회 찬양대를 이끄는 신앙심 깊은 기독교인이 됐지만 후배는 당시 교회를 그만 다녀야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합니다.
미션라이프 페이스북에서도 꽉 막힌 기독교인을 종종 맞닥뜨립니다. 옳고 그름만 있고 ‘그러고도 기독교인이냐’는 식의 공격을 퍼붓는 이들을 지켜보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페북지기 지저스 터치, 오늘은 ‘현대판 바리새인’ 이야기입니다. 지난 6일부터 이틀간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에게 물었습니다. ‘편협하게 성경을 해석하고 율법과 형식에 집착한 나머지 배타적인 언행을 하는 기독교인들 때문에 불쾌한 적이 있나요?’
이틀간 50여 건의 의견이 이어졌습니다. 교회에서 직장에서 혹은 학교에서 일부 기독교인들 편협한 언행으로 상처를 입었다는 페친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교회에 매일 나오라고 강요하는 성도를 지적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강영훈씨는 “주일성수하고 십일조 꼬박꼬박 지키고 교회에서 하는 봉사에 열심히 참여하고 가정과 직장에서 모범적으로 살고 있다”면서 “그런데 한 성도가 교회에 꼭 나와야만 하나님의 은혜를 받는 삶이라면서 화요예배와 금요 철야예배에 무조건 나올 것을 강요해 불편하기 짝이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여성이나 청소년이 성인 남성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지닌 일부의 편견을 지적한 글도 올라왔습니다. 찬양에 관심이 많다는 김연희씨는 새로 온 집사님 때문에 속이 상했다고 합니다. 그는 “집사님이 찬양을 가요처럼 부른다면서 찬양대 청년들을 강하게 비판했다”면서 “집사님은 주일학교 교사도 하시는데 청년들을 아랫사람 대하듯 무시하는 말을 세 번이나 했다”고 전했습니다. 자신을 목회자라고 소개한 김상준씨는 “여자는 잠잠해야 한다면서 여자가 감히 교회에서 말을 해선 안 된다는 소리를 제 아내가 들은 적이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스스로 바리새인처럼 살았다는 고백도 이어졌습니다. 서상범씨는 “저는 거의 모든 예배를 참석할 정도로 하나님을 뜨겁게 사랑하는 청년”이라며 “예수님은 서로 사랑하라, 원수도 사랑하라고 하셨지만 돌이켜보니 저는 엉뚱한 율법에 사로잡혀서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는데 감정을 쏟고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바리새인은 모세의 율법을 지키는 원칙주의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원칙만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이방인과 무종교인은 물론 예수님마저 배척하는 과오를 저질렀습니다.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입니다. 마가복음 12장을 보면 율법사가 예수께 가장 큰 계명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예수님은 ‘우리 하나님, 주께서는 유일한 분이시라’는 계명을 꼽은 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위로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아래로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가장 기독교적인 삶의 자세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바리새인의 율법은 우리를 속박하지만 예수님의 율법은 우리에게 자유를 줍니다. 좁은 선을 그어놓고 그 안에 들어와야만 사랑할 수 있다는 현대판 바리새인들에게 ‘뭣이 중헌디’라는 유행어라도 외쳐드리고 싶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