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대선 때 선보인 ‘국민투표로또’가 6·13 지방선거에도 돌아왔다. 당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선거 때도 로또를 진행하겠다”고 했던 윤병준(32)씨가 약속을 지켰다. 투표일인 13일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로또 당첨자 발표 준비에 한창인 윤씨와 서한교(27) 오현수(26)씨를 만났다.
국민투표로또는 ‘투표 인증샷’을 보내면 추첨을 통해 상금을 주는 이벤트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유시민 작가가 “투표율을 높이려면 투표로또가 제일 효과적인 제도일 것 같다”고 말한 데서 착안했다. 투표로또가 돌아올 수 있었던 건 국민적 호응 덕분이었다. 윤씨는 90만명 넘게 응모한 지난해 대선 투표로또의 기억을 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반응도 좋았고 저희가 생각했던 취지가 잘 실현됐던 것 같아요. 즐겁게 선거에 참여했던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고요.”
윤씨는 지난해 대선 때 서씨 등 6명과 함께 아이디어를 현실화했다. 올해는 새로 영입한 오씨와 3명이 선거 열흘 전 투표로또 웹사이트를 다시 열었다. 이번에는 투표로또에 응모한 사람이 37만명이 넘었다. 오씨는 “이번에 참여한 분들의 후기를 보면 ‘투표로또 참여하려고 선거에 참여했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며 웃었다.
상금은 후원을 받아 마련했다. 1339명이 516만원을 보내왔다. 운영비를 제외하고 500만원은 1등(250만원) 2등(100만원) 3등(50만원) 각 1명씩과 4등(5만원) 20명에게 지급됐다. 윤씨는 “후원금을 내주시는 분들이 가장 신기하고 감사하다는 생각밖엔 안 든다”며 “후원자가 없으면 참여하는 분들도 관심이 생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각자 회사에 다니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투표로또는 셋이 함께 컴퓨터 코딩 공부를 했던 인연을 살려 진행 중인 일종의 재능기부다. 서버비용만 후원금에서 지불하기 때문에 회의 때마다 나오는 공간 대여비용 등은 각자 사비를 털어야 한다. 그럼에도 윤씨는 “개발자로서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게 개인적 소망이자 희망”이라며 “투표로또도 그런 소망 중 하나를 실현한다는 생각으로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민이 투표를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는 모습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서씨는 “페이스북 메시지로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얼굴도 모르는데 투표로또의 취지를 믿고 후원해주신 분들과 참여해주신 분들에게 가장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제는 투표로또를 지속가능한 프로젝트로 만드는 일이 과제다. 오씨는 “후원이 있으면 얼마든 계속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힘들다”며 “토론 시스템을 도입해 트래픽을 늘리는 등 여러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라우드 펀딩이나 투표로또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