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방송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자의 인터뷰 태도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 가운데 박성제 MBC 취재센터장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김수진 앵커와 지난 13일 MBC 지방선거 개표 방송 ‘선택 2018’을 맡아 이 당선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곤란한 질문이 나오자 앵커 말을 끊고 인터뷰를 중단했다.
박 센터장은 14일 “어제 MBC 개표방송에서 이재명 후보와의 인터뷰 중단 사태에 대해 설명드린다”며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했다. 박 센터장에 따르면 이 당선인 측은 인터뷰 전 “모 여배우의 이름이나 스캔들 내용은 묻지 말아달라”고 요청했고, MBC 측은 이를 수용했다. 굳이 스캔들 상대방까지 거론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 센터장은 “그러나 저희는 경기지사가 된 이 후보가 본인에게 제기된 의혹들을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묻고 싶었다”며 “그래서 저와 김 앵커가 질문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박 센터장과 김 앵커가 하려던 질문은 “선거과정에서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었는데 앞으로 경기지사가 된 후 비판자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포용할 것인가”였다. 이 당선인이 선거과정 막바지에 여러 구설에 올랐음을 시사하지만 자신을 향한 비판 여론을 경기도지사로서 어떤 방식으로 수용하고 풀어나갈지에 더 초점이 맞춰진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 당선인은 질문을 끝까지 듣지 않고 “네 감사합니다. 잘 안 들리는데요,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라며 서둘러 인사한 뒤 귀에 꽂은 이어폰을 빼버렸다.
박 센터장은 “기자가 질문하는 것은 중요하다. 본질을 묻는 것은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가능하다”며 “물론 정치인이 질문에 답하지 않을 자유도 저는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자든 정치인이든 그 판단에 책임을 지면 되겠죠”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오마이뉴스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 당선인은 JTBC와의 인터뷰가 끝난 뒤 대변인을 향해 “더는 (인터뷰) 하지마”라고 했다. MBC 기자가 “저희까지만 부탁드린다”고 했지만 이 당선인은 “엉뚱한 질문을 자꾸 해서 안된다”고 거절했다. 이에 이 당선인 대변인까지 나서서 “처음 시작할 때 질문지를 부탁드렸지 않느냐”고 중재를 시도했다. 이후에도 MBC 측은 “박성제 앵커랑 약속을 했다. 박성제 앵커가 (그런 질문 안 하기로) 약속했다”고 여러 차례 인터뷰를 부탁했다. 이 당선인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인터뷰에 응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이 당선인은 인터뷰 다음 날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가 지나쳤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굳이 변명하자면 앞서 호되게 당한 데다가 언론사와 ‘미래 지향적인 이야기를 하자’고 약속했었다”면서 “예외 없이 다 과거 얘기를 하고 근거 없는 얘기를 해서 제가 좀 언짢았다”고 해명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