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 달리 무더기 골이 쏟아진 화끈한 개막전이었다.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개최국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대파하고 기분 좋게 출발했다.
러시아는 15일 오전 0시(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러시아월드컵 공식 개막전에서 5대 0 대승을 거뒀다. 러시아는 개최국이 월드컵 개막전을 치르기 시작한 2006년 대회부터 이어져 온 ‘개최국 개막전 무패’ 기록을 이어 나갔다. 러시아는 30일 ‘파라오’ 모하메드 살라가 버티고 있는 이집트와 2차전을 치른다.
러시아월드컵을 통해 ‘위대한 러시아’를 세계에 보여 주겠다고 공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함께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자국 선수들을 응원했다. 7만8011명의 관중도 러시아의 골이 터질 때마다 환호성을 내지르며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이번 대회 개막전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은 높지 않았다. 본선에 오른 32개국 중 FIFA 랭킹이 가장 낮은 두 팀의 맞대결이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67위며, 러시아는 70위다. 러시아는 주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얻었다.
스타니슬라브 체르체소프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는 4-2-3-1 전술을 꺼내들었다. 후안 안토니오 피찌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는 4-5-1 전술로 맞섰다. 수비 지향적인 축구를 하는 양 팀은 경기 초반 신중한 탐색전을 전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선수비-후역습으로 골을 노렸다. 러시아는 조직력을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밀어붙였다.
0-0의 균형은 전반 12분에 무너졌다. 러시아의 미드필더 유리 가진스키는 상대 문전에서 알렉산드르 골로빈이 페널티지역 외곽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가진스키는 러시아월드컵 첫 골의 주인공이 됐다.
첫 골이 터진 이후 분위기는 러시아 쪽으로 넘어갔다. 전반 24분 변수가 발생했다. 러시아의 2선 공격수 알란 자고에프가 부상을 당해 데니스 체리셰프로 교체된 것이다. 이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체리셰프는 전반 43분 골키퍼와 1대 1 상황에서 침착하게 슈팅을 날려 추가골을 뽑아냈다. A매치 데뷔골이었다.
후반 들어서도 경기 흐름을 달라지지 않았다. 러시아는 조직력과 체력, 속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압도했다. 후반 26분 아르템 주바는 골로빈의 도움을 받아 헤딩슛으로 러시아의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러시아는 후반 추가시간에 체리셰프의 네 번째 골과 골로빈의 다섯 번째 골로 대승을 마무리 지었다.
체르체소프 감독은 유로 2016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로 부지했다. 그를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러시아축구협회는 그에게서 지휘봉을 빼앗지 않았다. 1차전을 통해 러시아축구협회의 결정이 옳았음이 증명됐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