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벤치로 말기암 환자 퇴원시킨 병원…“정당한 절차” 주장

입력 2018-06-14 11:21
사건과 관련 없음(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 대형병원이 말기 암 환자를 강제 퇴원시킨 뒤 병동 1층 벤치에 방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보호자도 없는데다 거동도 불가능한 환자였다.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 한 대형종합병원에서 입원 중이던 암 말기 환자 Y씨는 지난 5일 병원비를 내지 못해 병실에서 해당 병동 1층 벤치로 보내졌다. 말기 암이라 더 진행할 치료가 없으며 장기간 입원이 불가능해서 정당한 절차를 밟아 퇴원시켰다는 게 해당 병원 측의 주장이다.

당시 Y씨는 거동을 할 수 없는 상태로 2시간 넘게 병실 바깥 벤치에 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결국 사설 구급차에 실려 다른 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국립중앙의료원은 Y씨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채로 환자를 받아서 그를 치료하고 신원을 확인하는데 반나절 이상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Y씨는 의료원 응급실에 있다가 일주일 만에 일반병실로 옮겼다.

사건과 관련 없음(사진=픽사베이)

Y씨를 퇴원시킨 병원 측은 Y씨의 가족들 역시 그와 인연을 끊은 지 오래됐다며 모두 환자 인수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지불능력이나 가족 유무 등 조건이 맞지 않아 요양병원과 쉼터로 보낼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해당 병원의 해명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중앙의료원 한 관계자는 “환자를 전원 처리(다른 병원으로 옮김)하지 않고 내보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지적했다. 다른 대형종합병원의 한 관계자는 “가족을 찾다가 정 안 되면 사회복지기관에 의뢰하고 그것도 안 되면 공공의료기관을 통해 의뢰한다”며 “아무 대책 없이 병원밖에 버려두는 일은 요즘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병원의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1층에 내려다 드린 것”이라면서도 “장기 입원은 불가능하지만, 응급실에 다시 잠시 입원하는 방법이 있으니까 그렇게 할 생각이었는데 환자가 사설 구급차를 타고 갔다”고 해명했다.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만큼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사립병원 문제라 현행법상으로 조사하고 조치를 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손민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