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는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을 선택했다. 서울 강남·송파·서초구 유권자는 보수의 견고한 지지 기반이었다. 6·13 지방선거에서 ‘보수 몰락’의 상징이 됐다.
박 당선인은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공개된 강남 3구 득표율에서 2위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를 앞질렀다. 박 당선인의 득표율은 강남에서 40.8%(10만7743표), 송파에서 49.6%(17만1592표), 서초에서 42.9%(9만6452표)로 집계됐다.
강남 3구에서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가 박 당선인에게 투표한 셈이다. 박 당선인은 앞서 후보 시절 “민주당의 불모지였던 강남에서 60% 넘게 득표하면 (서울 지하철) 강남역 사거리에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을 추겠다”고 공약했다. 싸이의 ‘말춤’ 공약은 아쉽게 무산됐지만, 상징적인 득표율로 이정표를 세웠다.
김 후보는 강남에서 33.1%(8만7305표), 송파에서 26.1%(9만144표), 서초에서 31.1%(6만9910표)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강남 3구 모든 곳에서 10만표를 넘기지 못했다. 송파의 경우 박 당선인이 김 후보를 ‘더블 스코어’에 가까운 수치로 승리했다.
강남 3구는 보수의 오랜 ‘텃밭’이었다. 표심은 부동산 정책을 따라갔다. 대체로 보수 후보가 강남 3구 유권자의 환심을 샀다.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은 2002년부터 몰아친 ‘뉴타운 열풍’을 타고 당선됐다. 박 당선인이 2011년 시정을 시작한 뒤에도 강남 3구의 구청장만은 보수 후보의 승리로 돌아갔다.
박 당선인은 시정에서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으로 활용하고, 강북 교통망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정책 방향을 따라 강남과 강북의 균형 발전을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을 펼쳤다. 3선 시정에서도 이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박 당선인의 공약으로는 강남 3구의 표심을 움직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남 3구 유권자는 부동산 정책에 따른 ‘이익’보다 보수에 대한 ‘심판’을 선택했다.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문재인정부에서 급물살을 탄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보수 정당은 몰락을 자초하고 민주당에 압승을 헌납하고 말았다. 박 당선인을 선택한 강남 3구의 표심은 보수 몰락을 증명한 사건이 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