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6·13 지방선거 개표가 끝나기도 전에 현실을 인정했다. 홍 대표는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했고, 안 후보는 “주어진 소임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 패배에 이어 또 한번 당에 패배를 안기면서 두 사람 모두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TK(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을 휩쓸었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싹쓸이’는 현실화됐고, 한국당은 사상 최악의 참패를 기록했으며, 바른미래당은 존재의 위기 상황을 맞았다.
홍 대표는 13일 오후 6시 출구조사 결과 발표 후 1시간도 되지 않아 페이스북에 “THE BUCK STOPS HERE!”라고 적었다. ‘모든 책임을 내가 진다’는 뜻이다. 뒤이어 “출구조사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참패한 것”이라며 “그 참패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썼다. 이어 “그러나 아직도 믿기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 “개표가 완료되면 내일 오후 거취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개표 과정에서 줄곧 김문수 한국당 후보에도 뒤진 3위였다. 그는 13일 오후 8시쯤 서울 여의도 당사 선거상황실을 방문해 “서울시민의 준엄한 선택을 존중하며 겸허히 받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족한 제게 보내주신 과분한 성원에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그 은혜를 결코 잊지 않겠다”며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을 채워야 할지 이 시대 제게 주어진 소임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14일 오전 11시 선거 캠프 해단식에 참석해 선거 소회와 향후 행보에 관련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3등에 머무를 경우 정치 생명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깊게 고민하고 따로 말씀드릴 기회를 가지겠다”고 답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