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내건 녹색당 신지예(27) 후보는 선거기간 막바지에 화제 된 인물이다. 유독 신 후보의 선거벽보만 유실되거나 얼굴 부위를 훼손하는 사건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서도 신 후보의 표정이나 눈빛을 지적하는 저급한 혐오 발언이 이어졌다. 페미니스트, 여성, 20대. 최근 페미니즘 열풍을 대변하듯 나타난 신 후보는 6·13 지방선거에서 어떤 변화를 보여줄까.
신 후보 측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선거벽보가 게시된 후 강남구에서만 21개의 선거벽보가 훼손됐다. 동대문구와 노원구, 구로구, 영등포구, 서대문구, 강동구 등에서도 훼손이 발견됐다고 한다. 다른 후보의 선거벽보는 그대로 둔 채 신 후보의 선거벽보만 떼어낸다거나 훼손한 경우가 있었고, 벽보 속 얼굴 부위를 날카로운 물건으로 긁는다거나 담뱃불로 지지는 경우까지 있었다. 신 후보는 지난 6일 “정치인 한 명에 대한 유례없는 선거벽보 훼손 사건은 20대 여성 정치인이자 페미니스트 정치인에 대한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라고 주장했다.
1990년생으로 광역단체장 후보 중 최연소인 신 후보는 ‘성폭력 성차별 없는 서울’을 핵심 과제로 삼고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 그가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한 계기는 2년 전 강남역 살인사건이라고 한다. 신 후보는 출마선언에서 “선거철만 되면, 여성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후보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말하는 여성을 위한 정책은 ‘여성=가족=보육’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다”며 “저는 이번 선거를 통해 여성이 얼마나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지, 또한 여성이 동등한 시민으로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9일 혜화역에서 열린 ‘불법 촬영 성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 주최측 추산 3만명(경찰추산 1만2000명)이 참여하는 등 성평등을 부르짖는 여성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네티즌들은 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아닌 득표율에 주목하고 있다. ‘페미니스트를 표방한 젊은 여성 정치인’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졌는지 궁금하다는 시각이다.
한편 선거 당일인 13일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정치권의 성비 불균형을 지적한다는 의미로 ‘무효표’를 행사하자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선 ‘#투표용지에_여성정치인’ 해시태그 운동도 벌어졌다. 투표용지에 ‘여성 정치인’이라는 문구를 남기고 무효표를 만들자는 움직임이다.
이번 6·13 지방선거 후보자들 중 여성 후보는 극소수다. 시·도지사 후보의 약 8.5%, 구·시·군의 장의 약 3.3%, 지역구 시·도의원의 약 14.5%,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후보의 약 6.5%만이 여성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