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종전선언? 9월 유엔총회?…트럼프·김정은, 언제 다시 만날까

입력 2018-06-13 14:3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세기의 담판’을 끝내자마자 후속 정상회담이 언제 열릴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북미 양국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하고 70년 적대관계를 청산키로 합의했지만, 비핵화 관련 핵심 쟁점에 대해 ‘포괄적 합의’ 선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우린 여러 번 만날 것”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북미정상회담 직후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속 북미정상회담을 기정사실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정상회담은 한 번 더 할 것”이라며 “정상회담이라 하지 않고 그냥 만남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제가 사람들에게 이미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기대치를 높이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만약 김 위원장과 제가 관계를 잘 구축하고, 앞으로 3~4개월 이후 오늘과 같은 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상호신뢰 구축이 한반도와 세계평화, 한반도 비핵화에 필수 요건임을 확인했다. 특히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미국은 북한의 안전보장을 약속함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불신을 씻고 북미관계 대전환을 이뤄낼 대장정의 스타트를 끊었다.

때문에 후속 정상회담을 통해 싱가포르에서 구축된 신뢰의 모멘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 방문’에 대한 질문에 대해 “조만간 평양에 갈 것”이라고 했고, “김 위원장을 백악관에 초청할 것이며, 김 위원장도 수락했다”고 했다. 정상회담장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우린 다시 만날 것이다. 여러 번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기는 7월? 9월? …장소는 평양? 워싱턴?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후속 회담은 늦어도 10월 전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 관련해 한국전쟁 정전협정 65주년인 7월 27일이 주목받고 있다. 전쟁의 당사자였던 북미 정상과 서울의 문재인 대통령 등이 함께 모여 종전선언을 하는 방식으로 북미 적대관계가 완전히 해소됐음을 선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신원이 확인된 미군 유해 송환을 비롯해 실종자 유해 발굴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다만 싱가포르 회담이 열린 지 한달 여 만에 구체적 비핵화 조치 없이 후속 정상회담을 열기엔 정치적 부담이 크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문구가 빠진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알맹이가 없다”는 안팎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북한의 핵폐기 관련 구체적 조치가 뭔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것만으로는 비판 여론을 달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 정상이 조만간 워싱턴이나 평양에서 깜짝 만남을 통해 비핵화 로드맵 관련 보다 진전된 논의를 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현재 북미는 다음주 고위급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상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북측 고위급 인사가 만나는 자리에서 후속 정상회담 관련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7월이 여의치 않을 경우 9월 있을 유엔총회를 앞두고 두 정상이 만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이 비핵화 관련 구체적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유엔총회를 통해 국제외교 무대에 공식 데뷔하는 시나리오다. 북한이 인권 관련 전향적 조치를 취할 경우 유엔총회 초청의 부담도 덜 수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9월 유엔총회 참석에 맞춰 김 위원장을 백악관에 초청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이 관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북미관계의 열쇠는 결국 김 위원장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포괄적 선언을 넘어 이번 선언문에서 제외된 ‘검증’과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에 대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후속 회담도 탄력이 붙을 거란 얘기다.

이는 결국 미국이 당초 구상했던 핵무기 해외 반출 등 선제조치를 북한이 속도감있게 진행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 연관돼 있다. 후속조치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미국은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대북 불가침조약 미 의회 비준 등을 통해 북미관계 정상화와 북한 체제보장을 위한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신뢰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모든 곳을 비핵화할 것이고, 비핵화를 준비할 기본 틀을 갖고 있다”며 “여러분은 북한의 전면적인 비핵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