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천 베를린광장에 설치된 베를린장벽을 낙서로 훼손한 그래피티 아티스트 A씨가 사과를 했다.
A씨는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예술행위를 떠나서 비난의 여론들로 인하여 이슈화되고 확산되어지고 있다”며 “저로 인해 주변까지 피해를 끼치고 있는 상황이 되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의 글을 게재했다.
A씨는 “현충일을 기념해 전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미래와 평화를 상징하는 철학을 담아 메세지를 표현했다”며 “남북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아티스트로서 이상을 염원하는 마음을 소리내어보고 싶었다”고 베를린 장벽을 훼손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그는 “사람들은 잘 모르면서 제 신상을 털고 폭언과 욕설을 한다”며 “한국사회의 비참한 현실을 피부로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누리꾼들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들이 몰라서 저러는 것이지 그들에게 할 말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아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A씨는 “범죄사실을 인정하지만 그것에 본래의 생명을 넣어주고자 저의 메세지와 철학을 담아낸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며 “저의 행위로 하여 주변분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면 정중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글을 마쳤다.
A씨의 사과글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은 “이게 사과냐” “예술이 아니라 범죄다” “정말 뻔뻔하다”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뻔뻔함의 극치다”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앞서 A씨는 자신이 낙서한 베를린 장벽을 촬영해 지난 8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기존의 청계천 베를린 장벽은 서독 쪽 벽면은 이산가족 상봉과 통일을 염원하는 글과 그림 등이 새겨져 있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시민들의 접근을 철저히 제한했던 동독 쪽은 깨끗한 콘크리트 면으로 남아있다. 동독은 벽면을 L자로 꺾어서 바닥에 턱을 들어 차량으로 서독을 향해 탈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하지만 A씨의 낙서로 서독쪽 벽면은 기존의 형체를 완전히 잃어버리게 됐고, 깨끗했던 동독 쪽 벽면 역시 당시 사회분위기를 알 수 없게 됐다.
경찰은 공용물건 손상 혐의로 수사에 나서 11일 장벽 관리 담당 구청 공무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후 이튿날 곧바로 A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범죄사실을 모두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