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꼬 전문 의사 이선호의 이수역에서] ⑷신체 내적 밸런스 찾기도 중요하다

입력 2018-06-13 10:05 수정 2018-06-21 11:40
학창 시절 시험공부할 때 내 노트를 다시 꺼내어 보기보다는 필기 잘 한 친구들의 노트를 복사해서 공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내가 놓치고 지나갔던 부분까지 세세하고 일목요연하게 노트정리를 잘 하는 친구들의 노트를 보노라면 감탄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어떤 친구의 노트는 내용은 좋은데 글씨가 너무 엉망이어서 여간해서는 알아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농담 삼아 3대 악필이니 5대 악필이니 칭하며 그 분류에 들은 친구들의 노트는 복사하지 않는 것이 불문률이었다.

그 추억을 불러낸 것은 얼마 전 그 친구를 만나 등산도 하고 술도 한 잔 같이 하던 자리에서 그 얘기가 나와서다.

그러자 그 친구는 말없이 요즘 자기가 쓴 글씨라며 휴대폰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어? 또박또박 준수한 모양을 갖춘 그의 글씨는 예전의 그 글씨가 아니었다.

어찌된 일이냐고 물으니 몇 개월 전에 갑자기 “나도 글씨 좀 잘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 한글과 영문 펜글씨와 한문 붓글씨를 틈틈이 연습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글씨체는 학창 시절 글씨체가 평생 가는 줄 았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흔히 “이게 나의 천성이야”하는 문제들도 사실은 훈련에 의해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실력은 좋은데 성격이 무뚝뚝한 의사도 아침마다 거울을 보고 웃고 상냥한 인삿말을 건네는 연습을 한다면 오래지 않아 “예전의 무뚝뚝하던 그 사람이 아니네”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몸이 약해서 두 정거장 거리도 잘 못 걷던 사람도 꾸준한 운동과 단백질과 채소 등 균형잡힌 식단으로 “철인경기 나가도 되겠네”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친구는 요즘 점점 멋지게 바뀌어가는 자신의 글씨체를 보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그렇다. 남들에게 “글씨 잘 쓰네” 하는 말을 듣는 것보다도 스스로의 만족이 더 중요한 일일런지 모른다.

그는 요즘도 육상대회에도 나가고 꾸준히 테니스도 치고 전문분야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게속 내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점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이다.

요즘 워라밸(일과 일상의 밸런스)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던데, 그를 보니 자기가 잘 하는 일과 자기가 잘 못하는 일에 대해 공히 시간 들여 정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몸매를 날씬하게 가꾼다거나 근육을 멋있게 키운다며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가 장 운동이 좋지 않아져 대장항문 계통에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를 자주 본다.

다이어트 운동 목표도 단백질과 채소 등 균형잡히고 규칙적인 식단을 바탕으로 해야 좋은 것이다. 신체 외적인 건강과 신체 내적인 건강의 밸런스도 중요하다. 대장항문의사로서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내외밸'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