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국전쟁 종전을 암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서명한 공동 합의문에는 포괄적인 표현만 명시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계속될 대화에서 실현할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오후 4시(현지시간)쯤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담 성과와 소감을 밝혔다. 두 정상은 이 호텔에서 약 6시간 동안 회담을 가졌다. 기자회견장에는 당초 예정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만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회담을 마치고 먼저 숙소로 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도 특유의 쇼맨십을 발휘했다. 등장을 앞두고 한국전쟁, 미국의 참전, 한국의 고속성장, 자신과 김 위원장의 집권 이후 모습을 담은 영상을 상물을 기자회견장에 상영했다. 단상에 올라 영상 내용을 자신의 발언으로 연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가 영상에 담겨 있다. 앞으로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운을 뗀 뒤 “김 위원장과 긴밀한 시간을 가졌다. 공동 합의문에 포괄적인 내용을 담았다. 북한에 희망의 메시지 줄 것”이라고 회담 성과를 자평했다.
이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순으로 감사의 인사를 건넨 뒤 “김 위원장에게 특히 감사하다. 매우 밝은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에 대해서는 “오늘 회담을 끝내고 전화하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사를 마친 뒤 한국전쟁 종전 가능성을 가장 먼저 꺼냈다. 그는 “김 위원장과 솔직하고 직접적이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어갈 준비가 됐다”며 “70년 전 혈전이 있었다. 한국전쟁에서 수만명의 미국인이 전사했다. 언젠가 이 전쟁이 끝날 것이다. 어제의 갈등이 내일 계속되라는 법은 없다. 적이 친구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역사는 증명해왔다”고 기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다음에 한반도 비핵화, 이에 따른 북한의 번영을 말했다. 그는 “거대한 기회가 앞에 있다. 김 위원장은 안정·번영의 새 시대를 북한에 불러온 위대한 지도자로 기록될 기회가 생겼다”며 “우리는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의지 재확인했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협상해 한반도 비핵화를 최대한 빠르게 실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한 정상과 협상은 미국의 과거) 어느 정부에서도 시도하지 못했다. 북한은 미사일 시험장을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미사일 시험도 중단했다”며 “평화에는 언제나 노력을 기울일 이유가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오래 전에 해결됐어야 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다. 김 위원장에게 큰 기회와 평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안겨질 ‘기회’를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요구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김정은 체제 안정’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기자회견장에서 반복적으로 거론한 ‘기회’ ‘평화’ ‘번영’이라는 표현으로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의 모든 국민은 재능이 많고 성실하다. 같은 언어·관습·전통·운명을 공유하고 있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민족을 핵의 위협으로부터 구해야 한다”며 “남북이 하나 될 날을 기원한다. 어두운 전쟁의 과거를 극복할 수 있길 바란다. 이제 밝은 미래는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다. (그곳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