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재차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고 미국은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를 기약했다. 애초에 목표했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와 CVIG(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 체제안전보장)를 주고받진 못했지만 70년만의 첫 만남이라는 현실에 비춰볼 때 상당한 성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마무리하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체제 유지를 약속했다. 미국은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직접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합의문에는 “북한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sation)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뿐 아니라 주어로 북한을 명시했다. 노력의 주체가 북한이 되면서 미국은 남한에 제공하는 핵우산을 없애야 한반도 비핵화가 된다는 역공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은 우회적으로 체제 보장 약속을 받았다. 합의문 2항에는 “두 나라는 한반도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a lasting and stable peace regim)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다만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한다는 식으로 주어와 목적어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아 향후 구체적인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국은 당초 거론됐던 CVID와 CVIG를 교환하진 못했다. 하지만 첫 정상회담의 분위기가 순조로웠던 만큼 향후 각종 실무회담을 통해 점차 목표에 다가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뿌리깊은 (북미) 적대관계와 북핵문제가 정상 간의 회담 한 번으로 일거에 해결될 수는 없다”며 “두 정상이 큰 물꼬를 연 후에도 완전한 해결에는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더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