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현지시간)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을 갖고 비핵화와 북한 체제보장 맞교환을 골자로 하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다만 합의문에는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문구가 명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12일(한국시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약 140분간의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 호텔 인근 산책을 마친 뒤 오후 2시43분(한국시간) 4개 조항을 뼈대로 하는 공동성명 형식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北, 한반도 비핵화 의지…美, 체제보장 약속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보장 ‘빅딜’이 성사됐음을 공식화했다. 합의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안전보장을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며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완수하겠다는 자신의 확인과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또 “미국과 북한은 두 나라의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양국 국민의 열망에 따라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할 것을 약속한다”고 명시해 북미관계 정상화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전쟁 이후 65년간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양국이 전 세계에 북미관계 정상화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양국은 신뢰구축을 위한 조치로 ‘신원이 확인된 인물의 즉각 송환을 포함해 전쟁포로들의 유해를 복원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포함시켰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도 합의했다. ‘두 나라는 한반도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한다’ ‘북한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명시했다.
◇CVID에서 한 발 물러선 미국
이번 합의문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미국이 그동안 집요하게 요구했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명문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합의문에는 CVID 가운데 ‘C(Complete·완전한 비핵화)’만 담겼을 뿐 ‘V(Verifiable·검증가능한)’와 ‘I(Irreversible·돌이킬 수 없는)’가 모두 빠져있다. 이는 그동안 CVID 원칙을 고수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북측의 입장을 대폭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미 정상회담이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양국은 합의문에서 “미국과 북한은 정상회담 성과를 이행하기 위해 가급적 가장 이른 시기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북한 고위당국자 간 후속협상에 나설 것을 약속한다”고 명시했다. 또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은 양국간 수십년의 긴장과 적대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대단히 중대한 의미의 획기적 사건임을 인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이 공동합의 문안을 완벽하고 신속하게 실행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 후 김 위원장에 대해 “매우 훌륭하고 똑똑한 협상가”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러 번 만날 것”이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을 백악관에 초청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물론이다”라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