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북·미 정상회담에 관심이 집중되자 서울시장 후보들의 정치적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회담 상황을 부각시키며 “평양을 방문하겠다”고 말했고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는 우리나라가 소외됐다면서 “미국과 김정은, 둘이 앉아 얘기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박 후보는 1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성공적 회담이 되기를 전 국민과 함께 두 손 모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은 전쟁 불안과 안보 불안 때문에 줄곧 저평가 받아왔다”며 “북·미 정상회담 계기로 서울 디스카운트는 가고, 평화 프리미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평양 방문’ 의사를 표명해 이번 회담을 적극 지지하는 진보적 유권자의 표심을 노렸다. 그는 “서울시민의 선택을 받는다면 ‘서울-평양 포괄적 교류협력 구상’을 확실하게 실천하겠다”며 “빠른 시간에 평양을 반문해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후보는 정부가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북·미 양국에 빼앗겼다고 주장하며 보수층을 겨냥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정부가 북한과 담판해 한반도의 운명과 미래, 과거까지 정리할 수 있었으면 좋을텐데 왜 우리는 빠졌을까 생각해보면 핵심은 핵”이라며 “저쪽은 가졌고 우리는 없어서 미국과 김정은이 둘이 앉아서 얘기하고 우리는 이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안 후보는 북·미 회담에 대해 별다른 의사 표시를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정당이 달라도 남북 정상회담이나 한반도 평화 흐름은 찬성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회담 성과를 폄하하면 말을 바꾸는 모양새가 되고 칭찬하면 경쟁자인 김 후보에게 보수 표심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안 대표가 침묵하는 대신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미·북 정상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확실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와 핵폐기 시한이 반드시 김정은 위원장의 육성을 통한 약속으로 이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