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발목 잡는 과오” 뼈 있는 모두발언… 반성일까 원망일까

입력 2018-06-12 11:1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란히 앉아 모두발언을 전해 들은 뒤 엄지를 세우며 웃고 있다. 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좋은 대화”나 “좋은 결과”처럼 직관적인 표현만 사용한 트럼프 대통령과 다르게 여러 해석이 가능한 은유적 표현을 모두발언에 담았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악수를 나눈 뒤 회담장 안으로 들어갔다. 단독 회담에 앞서 가진 모두발언에서 먼저 발언한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좋은 대화를 나누고,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을) 만나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여기까지 오는 길이 쉽지 않았다”고 운을 뗀 뒤 “우리의 발목을 잡는 과오가 있었다. 그릇된 편견과 관행이 때로는 눈과 귀를 가렸다.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서 주목을 끄는 부분은 ‘발목을 잡는 과오’와 ‘눈과 귀를 가린 편견과 관행’이다. 미국과 북한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마주할 때까지 극복한 난관들을 나열했지만, 그 주체를 뚜렷하게 지칭하지 않았다.

북한 스스로의 ‘반성’, 또는 미국에 대한 ‘원망’으로 모두 해석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이 말한 ‘발목을 잡는 과오’가 반성의 의미를 담았을 경우 세계적인 비난을 받아온 핵개발을 뜻할 수 있다.

이 표현에 미국에 대한 원망을 일부분 담았으면 북한을 오랜 세월 동안 비정상 국가로 보이게 만든 미국의 적대적 대북정책을 지적한 것일 수 있다. 이런 해석은 ‘눈과 귀를 가린 편견과 관행’이라는 말에서도 추론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 어떤 의미를 담았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저해할 적개심을 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말을 통역으로 전해 듣고 엄지를 들었다. 다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김 위원장은 맞잡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