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외교무대에 첫 등장을 알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에도 ‘인민복’을 입었다. 북한에서 인민복은 가장 격식을 갖춘 자리에서 입는 정복이다.
12일 회담장인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로 들어선 김정은 위원장은 줄무늬가 없는 검은색 인민복을 입고 왼손에는 검은색 서류철을, 오른손에는 안경을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진한 붉은색 넥타이와 흰색 와이셔츠에 짙은색 정장을 입어 김 위원장과 강한 대조를 이뤘다.
인민복은 사회주의국가 지도자의 ‘상징’이다. 과거 김 위원장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인민복을 자주 입었다. 특히 김 위원장은 3월 말과 5월 초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날 때도 인민복을 입었으며, 4월 말과 5월 말 문재인 대통령과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할 때도 인민복을 입고 등장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이번에 입은 인민복은 남북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줄무늬가 없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처럼 양복을 입고 북미정상회담에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예상을 깨고 이번에도 역시 인민복을 입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다. 김 주석은 1987년과 1991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양복을 착용했었다. 또 1965년 인도네시아 반둥회의에서 수카르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만났을 때도 양복을 착용했었다. 그는 사망하기 한달 전인 1994년 6월 특사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을 맞이했을 때도 양복을 착용해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인상을 심어주려 했다.
김 위원장이 양복 대신 사회주의 국가의 대명사인 인민복을 선택한 데 대해서는 이번 정상회담의 주도권을 북측이 쥐고 있다는 인상을 전 세계에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여론전’의 하나로 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인민복 차림이 전세계에 실시간으로 생중계됨으로써 북한 주민 내부 단속용으로도 활용하려는 전략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