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검사를 23년 했는데 도주하겠냐” 석방 요청

입력 2018-06-12 13:50 수정 2018-06-12 14:19
국정농단을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2018.02.22. 사진=뉴시스

이석수(55) 전 특별감찰관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우병우(51)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구속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연학)는 12일 우 전 수석의 보석 신청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우 전 수석은 자신이 구속돼야 할 이유가 없다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했다.

우 전 수석은 “나와 같이 일한 직원들 대부분 현재 현직 공무원으로 있다”며 “그런 점 때문에 일부 사실대로 증언을 못 할지언정, 나와 근무한 경험이 증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검찰 주장은 과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 (국정농단) 사건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도주 우려가 있다는데, 내가 검사를 23년 했다. 피고인이 도주하면 잘못을 인정한다는 의미인 것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라며 “진실이 밝혀지고 명예가 회복되기 전엔 도주할 생각 없다”라고 강조했다.

우 전 수석은 청와대 업무 방식상 자신이 직무상 위법행위를 했다며 기소하는 건 부당하다고도 호소했다.

우 전 수석은 “청와대에는 사무규칙 같은 (직무) 기준이 없다. 그래서 전임자를 기준에 둘 수밖에 없었다”라며 “대한민국은 성문법 국가지만, 청와대에선 관습법 국가다. 직권남용 근거가 없는 점을 재판부에서 잘 살펴 봐달라”라고 요구했다.

이에 검찰은 “증거를 인멸할 충분한 사유가 있고, 범죄사실을 전부 부인하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라며 “또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도주 우려가 있다”라며 우 전 수석의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입장을 검토한 뒤 보석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우 전 수석이 ‘국정농단 방조’ 사건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만큼, 같은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직권으로 구속 영장을 발부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우 전 수석의 국정농단 사건 1심을 맡은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우 전 수석이 불법사찰 혐의로 먼저 구속된 만큼 별도로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한편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 15일 구속된 이후 곧 법원 판단을 다시 받겠다며 구속적부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