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보안’ 뚫은 韓관광객, 김정은 깜짝 영상에 외신도 당황

입력 2018-06-12 10:06

기자들의 휴대폰과 노트북 사용을 금지하고 호텔 투숙객에게도 휴대전화 사용을 제재하는 등 외부 노출을 삼간 채 신변 보호에 세심한 신경을 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인 관광객의 카메라에 포착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10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동 이후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서 두문분출하던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늦은 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측근들과 함께 싱가포르 시내 투어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9시4분(한국시간 오후 10시4분)쯤 인민복 차림으로 세인트 리지스 호텔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제1부부장과 김창선 국무위원장, 이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도 함께였다. 이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성혜 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도 로비에서 대기하다 합류했다.

호텔 로비에는 무장 경찰과 북한 측 경호원 수십 명이 경계를 서며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했다. 로비 뒤쪽으로는 차단봉을 설치해 바리게이트를 만들어 취재진이 김 위원장의 동선에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김 위원장은 세계 취재진의 카메라를 피해 유유히 호텔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철통 경호를 자랑하던 김 위원장의 모습은 싱가포르에 놀러간 한국인 관광객에 의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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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이날 관광 명소인 마리나베이에 위치한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식물원을 찾아 싱가포르 외무장관, 옹예쿵 전 교육부장관과 ‘셀카’를 찍은 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타워 3를 방문했다.

그는 자신을 알아보고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 한 한국인 관광객이 이 모습을 촬영해 SNS에 공개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 관광객은 SNS를 통해 “엘리베이터에서 검정색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더니 평생보기 힘들 장면을 목격했다”며 “김 위원장의 덩치가 크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모습이 찍힌 영상이 공개되자 영상을 확보하지 못한 한국 및 외국 언론사들이 ‘영상을 사용해도 되냐’고 요청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 외국 언론사는 김 위원장의 깜짝 방문에 놀란 듯 번역기를 돌려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관광객은 영상을 사용해도 좋다며 흔쾌히 답변했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의 오페라하우스로 불리는 '에스플레네이드'를 들른 후 호텔로 다시 복귀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