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깜짝’ 외출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북미 정상회담 12시간 전 관광명소를 둘러본 김 위원장의 행보 덕분에 합의문 초안이 어느 정도 완성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 세인트리지 호텔에 머물던 김 위원장은 한국시간으로 11일 오후 10시4분(현지시간 9시4분)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만면에 웃음을 지은 김 위원장은 전용차를 타고 호텔을 떠났다. 북미정상회담을 불과 12시간 남겨둔 시간이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리수용 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 등이 동행했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를 차례로 둘러봤다.
마리나베이에 있는 초대형 식물원 가든바이더베이를 처음 방문한 김 위원장은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외무장관과 여당 유력정치인인 옹 예 쿵 전 교육부 장관과 셀카를 찍기도 했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이 사진을 SNS에 올렸다.
김 위원장은 3개의 고층 빌딩을 옥상의 대형 선박 모양 구조물이 연결하는 싱가포르의 대표적 상징물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전망대에 올라 야경을 봤다. 이곳과 가까운 ‘에스플러네이드’와 관광명소 머라이언 파크의 연결지점에도 잠시 들러 사진 촬영을 했다.
김 위원장이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이동하자 싱가포르 시민들과 현지 관광객들은 놀라워했다.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하기도 했다. YTN이 공개한 시청자 제보 영상과 사진에도 김 위원장이 관광객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손을 흔드는 장면이 담겼다.
해당 영상은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57층 수영장에서 촬영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경호원들이 주변을 살피며 삼엄히 경계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여유가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SNS에도 김 위원장의 ‘한밤 나들이를’ 봤다는 목격담이 쏟아졌다.
김 위원장은 2시간여 만인 오후 11시22분에 발라크리쉬난 외무장관의 수행을 받으며 숙소로 귀환했다. 숙소를 떠날 때 보이지 않았던 최측근인 김영철 당 부위원장도 함께였다.
김 위원장 외출에 앞서 백악관은 이날 오후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관한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열리는 회담을 마치고 오후 8시, 한국시간으로 9시쯤 미국으로 떠나기 전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이 12시간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김 위원장이 깜짝 외출한데다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 일정 공개했다는 점을 근거로 두 정상이 만족할 만한 북미 간 최종 실무협상이 이뤄졌으며 합의문 초안도 어느 정도 완성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