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 도착한 이튿날인 11일 늦은 저녁 깜짝 외출에 나섰다. 지난 10일 오후 싱가포르에 도착,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를 만나 회담한 뒤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서 두문불출하다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측근들을 대동하고 싱가포르 시내 투어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9시4분(한국시간 오후 10시4분)쯤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민복 차림의 김 위원장은 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김 제1부부장은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정장 치마 차림으로 굽이 있는 구두를 신고 핸드백도 들었다. 김창선 국무위원장과 이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도 함께였다.이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성혜 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도 로비에서 대기하다 합류했다.
김 위원장이 호텔을 나서기 40분 전부터 호텔 로비는 긴장감으로 가득찼다. 무장 경찰과 북한 측 경호원 수십 명이 로비를 순식간에 가득 메우는 등 경비가 굉장히 삼엄했다. 로비 뒤쪽으로는 차단봉을 설치해 바리게이트를 만들어 취재진들이 김 위원장의 동선에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김 위원장은 대기하고 있던 전용차를 타고 호텔을 떠났고, 측근들도 뒤따랐다. 싱가포르 현지 언론인 스트레이츠 타임즈는 이날 오후9시23분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티 투어를 나섰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관광 명소인 마리나베이에 위치한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식물원을 찾았다. 이 곳에서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 옹예쿵 전 교육부장관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셀카’를 찍었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이 트위터에 이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타워 3를 방문했다. 그는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두 차례 손을 흔들기도 했다. 한 한국인 관광객은 이 모습을 촬영해 SNS를 통해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이 관광객은 SNS를 통해 “엘리베이터에서 검정색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더니 평생보기 힘들 장면을 목격했다”며 “김 위원장의 덩치가 크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의 오페라하우스로 불리는 '에스플레네이드'를 들른 후 호텔로 다시 복귀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