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주요 7개국(G7)의 나머지 정상들 사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갈 곳을 잃은 시선을 놓고 지구촌 네티즌들이 실소를 짓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아베 총리의 복잡한 표정이 희화화돼 여러 패러디로 이어졌다.
발단은 지난 9일(현지시간) 공개된 독일 총리실의 사진 한 장이었다.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고 나머지 6개국 정상을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 그를 심각한 표정으로 응시하며 바로 앞 탁자를 짚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그 주변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그리고 먼 곳만 바라보는 아베 총리를 한 컷에 담은 사진이다.
같은 날 캐나다 퀘벡주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의 혼란상을 가장 완벽하게 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G7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했다. 세계를 상대로 무역 갈등을 빚으면서 파리 기후변화협정, 이란 핵협정에서 모두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의 남은 일정을 소화하지 않고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로 떠났다. 독일 총리실이 공개한 사진을 찍힌 직후였다.
사진에서 지구촌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정상은 단연 트럼프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였다. 여기에 ‘신스틸러’가 있었다. 바로 아베 총리였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로 오른쪽에서 팔짱을 끼고,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베 총리의 ‘트럼프 사랑’은 남다르다. 지난해 11월 5일 일본의 한 골프장 벙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뒤쫓다 넘어져 굴러 떨어진 아베 총리의 ‘골프 접대’는 지금까지 거론되고 있다. 동아시아 평화 분위기에서 주도권을 놓친 일본을 사실상 방치하고, 대일 무역 관세까지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베 총리는 수시로 찾아가 친밀감을 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서 벌인 ‘1대 6’의 싸움에서 아베 총리는 실익이 맞는 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캐나다와 공조할지, 북·미 정상회담에서 ‘재팬패싱’만은 면하기 위해 공을 들였던 미국의 비위를 맞출지를 놓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지구촌 네티즌들이 독일 총리실 사진에서 아베 총리의 표정을 보며 웃음을 지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베 총리를 여러 표정으로 풍자한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쏟아졌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유럽·북미 6개국 정상이 둘러앉은 탁자에서 멀리 떨어진 의자에 따로 앉아 천장을 바라보는 아베 총리의 합성사진이다. 원본 사진에는 아베 총리 없이 6개국 정상만 등장한다. 아베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과 같은 의상을 입혀 ‘사실상 같은 편’이라는 의미를 부각하는 사진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G7 정상회의에 남겨두고 먼저 쿼벡에서 떠났다. 그는 지난 10일 밤 8시22분(한국시간 9시22분) 싱가포르 파야레바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11일 싱가포르에서 체류하며 하루 앞으로 다가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