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11일 자유한국당과 김문수 후보를 향해 ’말폭탄’을 쏟아냈다. 야권후보 단일화가 사실상 결렬되자 난타전을 시작한 것이다. 안 후보는 김 후보를 향해 ‘검은 속내’란 표현을 사용했고, 홍준표 대표를 겨냥해선 ‘훼방꾼’ ‘박원순 후원회장’이라고 했다. 두 야권 후보 사이에 치열한 ‘2등 싸움’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안 후보는 1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안철수를 찍으면 안철수가 된다”며 포문을 열었다. 김 후보 측의 ‘안찍박(안철수를 찍으면 박원순이 된다)’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그는 “김 후보는 야권 단일화를 자신들의 추악한 정계개편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검은 속내를 드러냈다”며 “지금이라도 즉각 사퇴해 민심에 기초한 단일화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홍준표 한국당 대표를 향해 “천만 서울시민의 여망인 야권 후보 단일화의 훼방꾼으로 전락했다”며 “‘박원순의 후원회장’이라는 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부망천’ 이라는 말은 (한국당이) 평소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나온 발언”이라며 “그 당 전체가 그런 사고방식에 찌들어 있다. 망하기 전의 마지막 절규와도 같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의 난타전은 2등 싸움 성격이 짙다. 박원순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예상되는 상황에서 3등을 할 경우 박 후보 당선의 ‘1등 공신’이라는 오명을 얻을 수 있다. 지방선거 이후 이어질 야권 정계 개편 과정을 주도하기도 어려워진다. 특히 안 후보는 지난해 대선 때도 홍 대표에게 막판 역전을 허용했다. 이번에도 3등을 할 경우 정치적 운신의 폭이 급격히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는 YTN 라디오에서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7년 전에 만들어낸 분이 안 후보”라며 “박 후보의 산모, 산파가 바로 안 후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 후보는 무조건 저보고 ‘양보하라’ ‘김찍박(김문수를 찍으면 박원순이 된다)’ 등 이런 식으로 말한다”며 “상대방에 대해 모욕적인 이야기를 해서는 단일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또 “저는 양보하라든지 이런 이야기는 안 한다”며 “서울시장 후보는 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 아니냐. 상대를 보고 계속 양보하라는 것은 정치 도의상 옳지도 않고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