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소송’ 악연 홍준표·안상수…창원시장 사천(私薦) 논란으로 또 격돌

입력 2018-06-11 16:09

앙숙으로 알려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안상수 창원시장 후보(무소속)가 ‘창원시장 사천(私薦)’ 논란으로 또다시 격돌했다. 홍 대표는 안 후보를 공천하지 않은 이유를 “사적인 감정 때문이 아닌 정무적 판단”이라 했지만, 안 후보는 “홍 대표는 대표직을 사퇴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지난 3월 30일 별도의 경선 과정 없이 홍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조진래 전 경남 정무부지사를 창원시장 후보로 공천했다. 안 후보는 공정한 경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한국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신분으로 출마했다. 당 안팎에서는 ‘사천(私薦)’ 논란이 일었다.

두 사람은 11일 다시 충돌했다. 발단은 홍 대표의 페이스북 글이었다. 홍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안 후보를 공천 배제한 것은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안 후보님 연세도 이제 80세를 바라보고 있다. 창원은 젊은 시장이 필요하다”고 안 후보 공천 배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제가 경남지사였던 시절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던 조진래 후보를 세대교체 차원에서 엄중한 절차를 거쳐 공천한 것이지, 결코 사적인 감정에서 (조 후보를) 공천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안 후보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이날 경남 창원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 대표의 페이스북 글에 대한 입장을 묻자 “시민·당원 의사도 묻지 않고, 여론조사도 없이 중앙당이 당 대표 측근을 후보로 뚝딱 결정한 것이 사천이 아니면 뭐냐”고 반문했다. 이어 “세대교체라는 말도 측근 공천을 합리화하려는 변명에 불과하다”며 “홍 대표는 대표직에서 사퇴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홍 대표와 안 후보는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부터 서로 앙숙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한나라당 당대표 자리를 두고 전당대회에서 맞붙었던 두 사람은 이후 안 후보가 대표가 되고 홍 대표가 최고위원이 되면서 사사건건 대립했다. 특히 홍 대표가 전당대회 마지막 TV토론회에서 안 후보의 개소송을 문제 삼았던 일이 유명한 일화로 남았다.

홍 대표는 당시 안 후보를 겨냥해 “개가 짖는다고 옆집을 상대로 2000만원 배상 소송을 냈다. 개소리 때문에 화합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당내 화합을 할 수 있느냐”고 비꼬았다. 안 후보는 이에 “우리 아들이 고3인데 옆집에서 개를 10마리 키워 공부를 못할 지경이었다”고 반박했다.

이후 2015년에는 경남지사(홍준표)와 창원시장(안상수) 신분으로 다시 만나 갈등을 일으켰다. 당시 경남도가 마산 로봇랜드 사업을 유치한 일에 대해 안 후보는 “불공정 협약”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홍 대표는 이에 “정신이 나가도 분수가 있지. 일개 창원시장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안 후보가 2016년 창원시의 광역시 승격을 추진하자 홍 대표가 앞장 서 “기초단체장이 광역단체장에게 반역하고 대드는 꼴”이라고 반대하기도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