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시가 기증해 서울 청계천에 전시 중인 ‘베를린 장벽’이 그래피티로 훼손돼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1일 서울 중구 관계자를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 중으로 중구의 베를린장벽 관리 담당자를 불러서 자세한 내용을 조사할 예정”이라며 “참고인 조사가 마무리되고 사실관계를 정리한 후 혐의를 특정해 피의자를 소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피티 아티스트 정태용(테리 정·28)씨는 지난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울 중구 청계2가 베를린 광장에 설치된 베를린 장벽에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정씨의 그래피티로 인해 베를린 장벽 한쪽은 노랑, 분홍, 파란색 페인트 줄로 덮였고, 다른 쪽 역시 정씨가 남긴 여러 글이 적혔다. 논란이 커지자 정씨는 이 SNS 계정을 삭제했다. 기존의 청계천 베를린 장벽의 서독 쪽 벽면은 이산가족 상봉과 통일을 염원하는 글과 그림 등이 새겨져 있는 반면 시민들의 접근을 철저히 제한했던 동독 쪽은 깨끗한 콘트리트 면으로 남아 있었다.
이 베를린 장벽은 1961년 동독에 설치된 장벽 중 일부로, 1989년 독일이 통일되면서 철거된 뒤 베를린시 마르찬 휴양 공원에 전시되다가 2005년 베를린시가 분단국가의 통일을 염원하며 서울시에 기증한 것이다.
베를린 장벽을 관리하는 중구는 소유권을 가진 서울시와 협의해 늦어도 12일까지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김지애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