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뇌장벽 투과도 증강요법, 만성기 뇌졸중 치료에 효과

입력 2018-06-11 10:39
줄기세포와 약물치료를 병용하는 방법으로 닫혀 있는 혈액뇌장벽 투과도를 증강시켜만성기 뇌졸중 증상을 개선하는 새 치료법이 국내 연구진의 의해 개발됐다.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원장 김재화)은 신경과 김옥준(사진) 교수 연구팀(최청갑 박사, 김혜민 석사)이 만성기 뇌졸중 동물모델(쥐)에 뇌부종 치료제인 만니톨(mannitol)과 뇌종양 치료제 테모졸로마이드(temozolomide)를 혼합 사용해 닫혀 있는 혈액뇌장벽을 열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나아가 혈액뇌장벽이 이렇게 일시적으로 열린 상태에서 탯줄유래 중간엽 줄기세포치료제를 주입, 뇌졸중 병변을 제거하는 데도 성공했다.

급성기 뇌졸중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공인 받은 혈전용해제인 조직 플로스모겐 활성화제(tissue plasmogen activator, tPA)로 치료한다. 하지만, 뇌졸중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만성기 뇌졸중은 현재까지 치료제가 전무한 상태였다.

최근 급성기 뇌졸중 치료 관련 임상연구에서 줄기세포 주사 치료제가 효능이 있다는 보고는 있으나, 만성기 뇌졸중의 경우 줄기세포 주사 치료제 사용이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지금까지 한 번도 확인이 되지 않았다. 닫힌 혈액뇌장벽을열어놓을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BBB)은 뇌 혈관 내피세포들이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어 혈관에서 뇌조직으로 독성 물질이 침투되는 것을 막는 장벽이다. 이 장벽 때문에 뇌는 혈액 속에 돌아다닐 수 있는 여러 이물질, 세균들에게서 보호를 받을 수가 있다.

그러나, 혈액뇌장벽은 약물의 통과도 막아 치료 효과가 없게 만드는 장애물 역할도 한다. 혈액뇌장벽이 열려 있는 급성기 뇌졸중과는 달리 만성기 뇌졸중은 혈액뇌장벽이 닫혀 있어서 현재까지는 줄기세포 주사 치료제가 효과가 없었다.

여러 연구에서 동맥 내 약물 주입, 초음파를 통한 물리적인 방법 등으로 혈액뇌장벽의 투과도가 증가된 경우가 있었으나 부작용이 심해 임상에 적용하기 어렵다. 그나마 정맥을 통한 만니톨 투여가 적은 부작용으로 혈액뇌장벽 투과도를 증가시키나, 효과가 미미하여 줄기세포와 같이 투여해도 줄기세포의 효능을 증가시키는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테모졸로마이드가 다른 약물과 병용 투여할 때 병용 약물의 대뇌 농도를 증가시킨다는 점에 착안해 두 약물의 병용요법을 개발했다. 그리고 만성기 뇌졸중 동물에 만니톨과 테모졸로마이드를 함께 투여하였더니, 혈액뇌장벽의 투과도가 3배정도 증가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만성기 뇌졸중 모델 쥐를 대상으로 아무런 약물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 줄기세포 단독 투여군, 줄기세포와 혼합약물(만니톨과 테모졸로마이드) 투여군으로 나눠 행동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줄기세포와 혼합약물을 투여한 그룹에서 신경학적 장애(마비)가 대조군과 줄기세포 단독 투여군에 비해서 크게 호전되는 것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이번 혼합요법을 활용할 경우 만성 뇌졸중에서뿐만 아니라 혈액뇌장벽으로 인해 치료 약물이 투과되지 못해 치료가 어려웠던 치매, 파킨슨, 뇌손상, 뇌종양 등 난치성 질환에도 곧바로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토테라피(Cytotherapy)' 5월호와 생물화학·생물물리연구 관련 저널 ‘바이오케미컬 앤드 바이오싸이시컬 리서치 커뮤니케이션즈(Biochemical and Biophysical Research Communications)’에 2월호에 각각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