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폭언·폭행 등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희(69)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필리핀 가사도우미 10여명을 대한항공 연수생 신분으로 위장입국 시킨 뒤 자택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로 다시 포토라인에 섰다.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11일 오전 10시 서울 양천구 목동 청사에서 이 전 이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중이다. 이 전 이사장은 필리핀 국적 10여명을 일반연수생 비자(D-4)로 입국시킨 뒤 가사도우미로 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이날 오전 9시55분쯤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출석했다. 그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성실히 수사받고 조사받겠다”라고 답했다.
이후 ‘불법 고용을 비서실에 직접 지시했는가’ ‘가사도우미 출국을 지시하거나 입막음을 시도한 적이 있는냐’라는 질문에는 “안 했다” “없다”며 단호하게 혐의를 부인했다.
한편 ‘여론 재판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죄송하다”고만 답하고 청사 안으로 이동했다.
국내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는 외국인은 재외동포(F-4)나 결혼이민자(F-6)로 제한된다. 출입국관리법은 이 같은 체류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을 고용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사대는 앞서 지난달 24일 이 전 이사장의 딸 조현아(44)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같은 혐의로 불러 조사한 바 있다. 대한항공 직원 등 관계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병행했다.
조사대는 이 전 이사장이 불법 도우미 고용의 정점에 서 있던 것으로 보고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다만 이 전 이사장이 고령인 데다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두루 고려해 한 차례 조사로 마무리 짓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이 전 이사장은 상습폭행 등 혐의로 진행된 경찰 수사 이후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지난 4일 법원의 기각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