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숙소 ‘철통보안’… 北경호원 “동무, 손전화 무조건 제재하자우”

입력 2018-06-11 09:11 수정 2018-06-11 09:33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일 오후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서 리센룽 총리를 만나기 위해 대통령궁인 이스타나로 출발하고 있다. 뉴시스

싱가포르 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방문에 ‘국빈급 의전’을 준비했다. 경호 차량 수십대를 투입해 김 위원장의 신변 안전에 신경을 썼고, 숙소 주변에는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보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10일 오후 창이공항에 나가 김 위원장을 영접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번 회담의 경호와 의전에 15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김 위원장 숙소인 세인트리지스 호텔에는 이미 그의 도착 전날부터 대형 가림막이 설치됐다. 호텔 정문으로 향하는 차로 양옆에는 180㎝가 넘는 높이의 ‘장벽’이 세워졌다. 인도 쪽에도 노란색과 검은색 비닐을 씌운 블록을 2층 높이로 쌓았다.

임시 검문소도 마련됐다. 진입로 3곳에 이동식 감시 카메라가 설치됐고, 사복 경찰과 네팔 구르카족 출신 용병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택시를 비롯한 일반 차량의 접근이 모두 금지됐으며, 호텔 안에 들어가려는 사람은 누구나 보안 검색대에서 몸수색을 받아야 한다.

김 위원장 도착이 임박했을 때 호텔에 대기하고 있던 싱가포르 경찰, 북한 경호원, 호텔 직원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특히 직원들은 투숙객에게 “아무것도 찍지 마라” “휴대전화를 절대 꺼내지 말라”고 경고했다.

기자들의 휴대폰과 노트북 사용도 금지됐다. 북한 경호원들은 다른 경호원을 향해 “동무, 손전화 하는 거 무조건 제재하자우”라고 지시했다. 한 일본 기자는 주의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를 꺼내 보다가 쫓겨났다. 휴대폰과 노트북 사용금지는 오후 3시30분쯤 도착한 김 위원장이 스위트룸으로 올라간 뒤인 4시쯤 해제됐다. 중단됐던 호텔 엘리베이터도 이때 다시 운행됐다.

투입된 경호 차량 수도 ‘특급’이었다. 경찰 호위 차량, 모터사이클, 의료진이 탑승한 구급차를 포함해 모두 35대가 김 위원장의 경호를 맡았다. 현지에서는 싱가포르 정상인 리셴룽 총리의 경호차량보다 많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호텔로 이동할 때와 리셴룽 총리와의 회담장으로 향할 때 평양에서 공수해 온 전용 방탄차 ‘메르세데스 벤츠 S600 풀만 가드’를 타고 움직였다.

리셴룽 총리는 이날 오후 마리나베이 포뮬러원(F1) 경기장 건물에 마련된 미디어센터를 찾아 약 2000만 싱가포르 달러(약 161억1700만원)를 회담 지원에 쓰겠다고 밝히며 “우리가 기꺼이 지불할 비용이자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한 기여”라고 말했다. 이중 절반이 보안에 쓰인다고도 설명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