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이부망천’ 발언이 일파만파를 일으키다 마침내 홍준표 한국당 대표를 향한 화살이 됐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10일 나란히 이 발언의 근본적 책임이 홍 대표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당 대변인의 말은 곧 당 대표의 생각”이라 했고, 유 대표는 “당 대표가 막말을 하니 의원들이 배워서 사고를 쳤다”고 했다. 정태옥 의원은 이날 한국당을 탈당했다.
◆ 유승민 “당대표가 막말하니까 의원들도”
유 대표는 이날 서울 홍대입구역 집중유세에서 정태옥 의원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으로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 발언과 관련해 "당대표(홍준표 대표)가 막말을 하니까 거기 국회의원들이 배워서 사고를 쳤다"며 "지금 인천 부천은 난리가 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대구 부산 가보니 거기도 난리가 났다. 홍씨는 제발 오지 말라며 난리가 났다"고 홍 대표를 재차 비난했다.
유 대표는 "홍 대표가 (자유한국당 소속) 후보들이 ‘오지 말라'고, ’당신이 오면 도움이 안 된다'고 해서 선거유세도 못한다"면서 "당대표가 선거유세도 못하는 당이 당인가"라고 혹평했다. 또 "제가 요즘 전국을 다니는데 듣는 이야기가 100% 똑같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는 것을 말하는 건 정말 못 들어봤다. 전부 '제발 먹고 살게 해달라'고 한다“며 대북 이슈와 경제 이슈 분리를 호소했다.
그는 "2번(자유한국당)은 잊어주시고, 3번(바른미래당)으로 1번(민주당)과 대결해보자"며 바른미래당 지지를 거듭 호소했다.
◆ 추미애 “대변인과 당대표는 일심동체”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이부망천’ 발언의 ‘당사자’격인 경기도 부천의 유세현장에 달려갔다. 그는 정태옥 의원 발언을 규탄하면서 홍준표 대표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추 대표는 부천역 광장에서 장덕천 부천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며 "지역을 폄훼하고 서민 가슴에 주먹질해대는 적폐세력에게 단 한 표도 주지 말자"고 호소했다. 또 "당 대표와 당 대변인은 일심동체다. 그 당의 대변인이 하는 말은 그 당 대표의 평소 생각"이라며 홍준표 대표를 공격했다.
추 대표는 "부천은 민주주의를 지켜낸 자랑스런 도시다. 그런데 이 민주화의 도시에 대해 적폐세력이 감히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이라고 가당치도 않은 말을 했다. 당당하게 기호 1번을 당선시켜 이 세력이 다시는 입을 열지 못하게 회초리를 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9년 동안 민생을 말아먹고 파탄시킨 적폐세력이 반성은커녕 잘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의 운전대를 훼방 놓고 평화의 길목을 가로막고 있다"며 한국당 심판론을 제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잡고 있는 평화의 운전대를 꽉 잡아 평화의 열차가 한반도에 경제 기적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늘리고, 우리 젊은이들에게 미래를 열어줄 수 있도록 기호 1번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 정태옥 “너무 죄송해서”… 자진탈당
정태옥 의원은 이날 저녁 자진 탈당을 택했다. 부천과 인천 지역을 폄하했다는 거센 후폭풍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당을 떠났다. 의원직 사퇴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당은 경기 인천 지역 선거에 큰 파장을 일으킨 ‘정태옥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려 윤리위원회 개최를 11일에서 10일 오후 8시로 앞당겼으나, 정 의원은 결국 윤리위 개최 직전 탈당계를 제출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정 의원이 일신상의 이유로 탈당계를 제출했고 기존 절차에 따라 접수 즉시 탈당 처리가 완료됐다"며 "윤리위는 안건이 없어져 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태옥 의원은 지난 7일 한국당 대변인 자격으로 YTN에 출연해 6·13 지방선거 판세 관련 대담을 진행하던 도중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사람들 중)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진 사람은 서울로 오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인천으로 온다”고 말했다. 또 “서울 살던 사람들이 이혼하면 부천 정도로 간다.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으로 간다”고도 했다.
정 의원의 발언은 인천의 실업률, 가계부채, 자살률이 1위라는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지적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정 의원은 “한국당 소속인 유정복 시장이 시정을 잘못 이끌어 인천이 낙후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다 의도치 않게 내용이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하며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