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선수들 치아건강 지키는 고대 류재준 교수 "도움줄 수 있어 보람 크다"

입력 2018-06-11 05:00 수정 2018-06-11 05:00
이재근 선수촌장(왼쪽 6번째)과 류재준 고려대 안암병원 치과 교수(왼쪽 4번째) 등 선수촌 관계자들이 지난 9일 열린 진천선수촌 치과병원 오픈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류재준 교수 제공

“지난 3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장애인아이스하키 대표팀 주장 한민수 선수가 체코전 연장 접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다음 날 찾아와 ‘감사합니다. 교수님’이라고 말해줄 때 정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류재준 고려대 안암병원 치과 교수는 10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의 감동을 힘주어 말했다. 류 교수는 평창 패럴림픽 당시 선수들에게 맞춤형 마우스가드를 제작해 제공해줬다. 한민수도 그 덕분에 치아와 턱의 충격을 줄이고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어 류 교수에게 감사를 전한 것이다.

류 교수는 2015년 9월부터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치아건강을 위한 치과 치료 및 마우스가드 제작 봉사를 해왔다. 국가대표 선수들을 돕는다는 보람이 류 교수가 4년째 봉사를 이어가는 원동력이 됐다.

이재근 선수촌장(앞줄 왼쪽 2번째)과 류재준 고려대 안암병원 치과 교수(뒷줄 오른쪽 2번째) 등 선수촌 관계자들이 지난 9일 열린 진천선수촌 치과병원 오픈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재준 교수 제공

지난 9일엔 충북 진천군 진천선수촌 내에 치과병원이 문을 열면서 류 교수는 더욱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는 “태릉선수촌엔 진료용 의자가 하나뿐이어서 2명 정도만 가도 충분했지만 진천수촌엔 새 진료용의자가 2개라 4~5명이 가야 한다”며 “진료 횟수도 1주일에 한 번에도 두 번으로 늘어나게 되고 선수들이 더 많이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료실 규모가 커져 부담은 커졌지만 그만큼 더 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진천선수촌은 35개 종목 115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이 동시에 훈련할 수 있다.

류 교수는 본업인 안암병원 업무 때문에 봉사를 총괄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 진천선수촌을 찾을 계획이다. 류 교수와 함께 하는 것은 2003년 창립된 대한스포츠치의학회 회원들이다. 류 교수는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대한스포츠치의학회에서 하고 있는 것”이라며 “회원들이 스포츠치의학의 발전과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시작했는데 점점 더 깊숙이 들어오게 됐다”고 전했다.

더 좋은 시설로 새로운 치과병원이 진천선수촌에 문을 열었지만 류 교수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류 교수는 “치과 치료에 드는 재료비 하나도 지원받지 않고 있다”며 “진료를 받으러 오는 인원이 늘어나니 재료나 장비에서 드는 비용이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복싱 등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저를 비롯해 스포츠치의학회 회원들이 마우스가드를 무료로 만들어줬다. 맞춤형으로 해주다보니 당시 시중가로 1억 5000만원어치였다”며 “지금은 선수들에게 재료비 정도로 10만원만 받고 해주는데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나 유관기관인 대한체육회에서 재료비만 지원해준다면 무료로 선수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의 봉사가 이어지고 결실도 내고 있지만 재료비조차 도움도 못 받고 있는 점은 활동의 지속성 문제에서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류 교수는 “진천선수촌 내에 개설되는 치과병원은 많은 분의 지원과 노력으로 국가대표 선수촌에 걸맞은 진료인원과 시설을 갖추게 됐다”며 “국가대표 선수들의 구강건강향상, 외상방지 및 처치, 이를 통한 경기력 향상에 앞으로도 기여하고 싶은 마음뿐이다”고 밝혔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