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망천’ 논란을 일으킨 정태옥 한국당 의원이 10일 저녁 자진 탈당했다. 부천과 인천 지역을 폄하했다는 거센 후폭풍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당을 떠났다. 의원직 사퇴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당은 경기 인천 지역 선거에 큰 파장을 일으킨 ‘정태옥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려 윤리위원회 개최를 11일에서 10일 오후 8시로 앞당겼으나, 정 의원은 결국 윤리위 개최 직전 탈당계를 제출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정 의원이 일신상의 이유로 탈당계를 제출했고 기존 절차에 따라 접수 즉시 탈당 처리가 완료됐다"며 "윤리위는 안건이 없어져 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태옥 의원은 지난 7일 한국당 대변인 자격으로 YTN에 출연해 6·13 지방선거 판세 관련 대담을 진행하던 도중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사람들 중)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진 사람은 서울로 오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인천으로 온다”고 말했다. 또 “서울 살던 사람들이 이혼하면 부천 정도로 간다.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으로 간다”고도 했다.
정 의원의 발언은 인천의 실업률, 가계부채, 자살률이 1위라는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지적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정 의원은 “한국당 소속인 유정복 시장이 시정을 잘못 이끌어 인천이 낙후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다 의도치 않게 내용이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하며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유정복 한국당 인천시장 후보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같은 당 정태옥 의원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홍준표 대표 등 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인천시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라”고 했다.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특단의 결심’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4년간 인천시정을 이끌어온 사람으로서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저는 인천에서 나고 자라 늘 인천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인천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정치인들이 함부로 인천에 대해 망언을 내뱉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태옥 의원의 몰지각한 망언으로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300만 인천시민 여러분께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저는 이미 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지만 아직 아무런 응답이 없다”고 했다. 이어 “정 의원은 비겁하게 숨지 말고 망언에 대해 진심으로 무릎 꿇고 사죄하길 바라며 이미 국민의 대표로서 자격을 상실한 만큼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기를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당초 11일 윤리위원회를 열어 정 의원 문제를 처리할 계획이었다. 윤리위가 내릴 수 있는 징계는 ▲제명 ▲탈당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등이다. 홍 대표도 9일 부산 유세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박하고 잘못된 발언"이라며 "(정 의원은) 대변인직에서 사퇴했고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적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오후 경기도 부천 유세현장에 달려가 정태옥 의원의 발언을 규탄하면서 그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추 대표는 부천역 광장에서 장덕천 부천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며 "지역을 폄훼하고 서민 가슴에 주먹질해대는 적폐세력에게 단 한 표도 주지 말자"고 호소했다. 또 "당 대표와 당 대변인은 일심동체다. 그 당의 대변인이 하는 말은 그 당 대표의 평소 생각"이라며 홍준표 대표를 공격했다.
추 대표는 "부천은 민주주의를 지켜낸 자랑스런 도시다. 그런데 이 민주화의 도시에 대해 적폐세력이 감히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이라고 가당치도 않은 말을 했다. 당당하게 기호 1번을 당선시켜 이 세력이 다시는 입을 열지 못하게 회초리를 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9년 동안 민생을 말아먹고 파탄시킨 적폐세력이 반성은커녕 잘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의 운전대를 훼방 놓고 평화의 길목을 가로막고 있다"며 한국당 심판론을 제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잡고 있는 평화의 운전대를 꽉 잡아 평화의 열차가 한반도에 경제 기적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늘리고, 우리 젊은이들에게 미래를 열어줄 수 있도록 기호 1번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