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일 오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마오 슈트(인민복) 차림으로 도착했다. 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이 비행기 트랙에서 내려오는 그를 영접했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이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에는 인민복 차림의 김 위원장이 활짝 웃으며 발라크리쉬난 장관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인민복과 ‘패기 머리’는 김 위원장의 트레이드마크가 돼 있다. 4·27 남북 정상회담에도 그는 검은색 인민복을 입고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고수해 세간의 이목을 끌어온 터라 회담장에서 만날 두 사람의 패션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세계적 관심이 집중된 여러 공개석상에서 인민복을 착용했지만, 이번 정상회담에는 양복을 입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신문은 관측했다. 그는 올해 신년사 발표 때 은회색 슈트 차림으로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인민복을 주로 입었지만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은 양복도 즐겨 입었다.
김 위원장이 국제 외교무대에 처음 데뷔하는 자리에서 ‘정상국가’ 리더임을 강조하려 한다면 양복 차림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거의 모든 정상외교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그림’을 연출해 ‘은둔국가’ 이미지를 털어내려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근함을 보이기 위해서도 같은 차림을 할 가능성이 있다.
SCMP는 2001년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콜게이트 치약을 함께 쓴 사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서로 헤어스타일 팁을 교환하는 것도 딱딱한 분위기를 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 모양도 특이함에서 김 위원장의 ‘사다리꼴’ 패기 머리에 뒤지지 않는다. 딸 이방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옆 머리칼을 빗으로 쓸어 올려 숱이 없는 정수리 부분을 덮고 여기에 스프레이를 뿌려 고정시킨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