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오후 3시45분쯤(한국시간)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싱가포르 당국은 네팔 구르카족 용병 출신의 경호대를 투입해 삼엄한 경비작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김정은 경호’의 핵심 역할은 이미 현지에 파견된 김 위원장의 ‘방탄경호단’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선 이날 아침 일찍부터 ‘김정은 친위대’로 불리는 호위사령부 요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첫 장거리 해외 방문을 앞두고 ‘신변 안전’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숙소 주변과 외곽 경비는 싱가포르 당국이 맡지만, 근접 경호에는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 차량을 ‘V’자 대형으로 에워싸고 전력질주하며 ‘방탄경호’를 선보였던 이들이 전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센토사섬 일대에서 김 위원장이 움직일 때마다 이들이 겹겹이 에워싸고 호위하는 장면 등을 연출하게 될 전망이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의 ‘V’자 경호에 대해 “마치 항공기, 비행기의 날개처럼 앞뒤에서 총탄이 날아와도 다 방어할 수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며 “신속하게 흩어지거나 뭉치면서 총알이 날아올 경우 뒤에 있는 3~4명이 김 위원장에게 가서 육탄으로 막을 수 있는 그런 준비가 된 북한 나름의 최신식 경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이용할 차량은 아직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올해 3월 베이징 방문 때도 전용열차에 메르세데스-벤츠 S600 풀만가드를 싣고 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싱가포르까지 공수했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싱가포르 현지 매체는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부에서 제공하는 BMW 760Li 방탄차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풀만가드는 방탄차인 S600의 리무진 버전으로 자동 소총과 수류탄 공격을 막아낼 수 있고, 화염방사기에도 타지 않도록 외관을 특수 처리됐다. 화학가스 공격에 대비해 공기 흡입구에 산소 공급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라디에이터와 기름 탱크도 총격에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오후 싱가포르에 도착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백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바고트빌 공군기지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탑승했다. 캐나다에서 싱가포르까지는 약 17시간이 걸린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