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아닌 범죄’ 낙서로 훼손된 청계천 베를린 장벽

입력 2018-06-10 15:49
사진 = 청계천 베를린 장벽

서울 청계천 베를린광장에 설치된 베를린장벽이 한 그래피티 아티스트의 낙서로 훼손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8일 국내에서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A씨는 자신이 낙서한 베를린 장벽을 촬영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기존의 청계천 베를린 장벽은 서독 쪽 벽면은 이산가족 상봉과 통일을 염원하는 글과 그림 등이 새겨져 있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시민들의 접근을 철저히 제한했던 동독 쪽은 깨끗한 콘트리트 면으로 남아있다. 동독은 벽면을 L자로 꺾어서 바닥에 턱을 들어 차량으로 서독을 향해 탈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하지만 A씨의 낙서로 서독쪽 벽면은 기존의 형체를 완전히 잃어버리게 됐고, 깨끗했던 동독 쪽 벽면 역시 당시 사회분위기를 알 수 없게 됐다.

1961년 동독에서 제작한 이 장벽은 1989년 독일이 통일되면서 철거돼 마르찬 휴양 공원에 전시됐다가 2005년 베를린시가 분단국가의 통일을 염원하며 서울시에 기증한 것이다.

A씨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를 훼손했다는 지적과 함께 사진이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져나가며 화제가 되자 현재 게시글을 지우고 SNS를 탈퇴한 상태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청계천 주변 녹지관리와 환경미화를 하는 현장관리팀이 매일 순찰하는데 미처 낙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내부적으로 경위를 파악한 뒤 수사 의뢰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 그래피티 아티스트 A씨가 베를린 장벽 낙서 후 촬영해 올린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