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자유한국당 인천시장 후보는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같은 당 정태옥 의원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홍준표 대표 등 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인천시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라”고 했다.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특단의 결심’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4년간 인천시정을 이끌어온 사람으로서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저는 인천에서 나고 자라 늘 인천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인천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정치인들이 함부로 인천에 대해 망언을 내뱉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태옥 의원의 몰지각한 망언으로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300만 인천시민 여러분께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저는 이미 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지만 아직 아무런 응답이 없다”고 했다. 이어 “정 의원은 비겁하게 숨지 말고 망언에 대해 진심으로 무릎 꿇고 사죄하길 바라며 이미 국민의 대표로서 자격을 상실한 만큼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기를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태옥 의원은 지난 7일 한국당 대변인 자격으로 YTN에 출연해 6·13 지방선거 판세 관련 대담을 진행하던 도중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사람들 중)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진 사람은 서울로 오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인천으로 온다”고 말했다. 또 “서울 살던 사람들이 이혼하면 부천 정도로 간다.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으로 간다”고도 했다.
정 의원의 발언은 인천의 실업률, 가계부채, 자살률이 1위라는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지적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정 의원은 “한국당 소속인 유정복 시장이 시정을 잘못 이끌어 인천이 낙후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다 의도치 않게 내용이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하며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이에 인천 지역에서 비판여론이 확산되자 유 후보는 9일 입장문을 내고 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이날도 기자회견을 자청해 ‘의원직 사퇴’ ‘정계은퇴’ ‘당의 제명 처분’ ‘당 지도부 사죄’ 등을 주문했다. 유 후보는 “저와 우리 300만 인천시민은 당 차원에서 정태옥 의원을 즉각 제명처리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도 인천시민들께 머리 숙여 사죄할 것도 요구한다. 만일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특단의 결심을 하겠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이어 “여야 모든 정치인, 출마자들 그리고 언론에 요구한다”면서 “해괴한 신조어까지 만들어 인천을 희화화시키는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정략적 행태는 결과적으로 선량한 인천시민의 자존심에 더 깊은 상처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국당은 이날 인천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정태옥 의원 막말 사태에 전전긍긍해하는 모습이었다. 선거가 3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 민심이 들끓고 막판 변수로 떠오르자 표심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국당은 11일 윤리위원회를 열어 정 의원 문제를 처리키로 했다. 윤리위가 내릴 수 있는 징계는 ▲제명 ▲탈당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등이다. 홍 대표도 9일 부산 유세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박하고 잘못된 발언"이라며 "(정 의원은) 대변인직에서 사퇴했고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적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원내 관계자는 "지방선거 분위기도 안 좋은데 이런 비하 논란까지 터지니 현 상황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토로했다. 다른 당 관계자는 "윤리위 결정이 나오면 우리 당은 100%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