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은 한국 축구의 새로운 유형이다. 197cm의 장신의 공격수로 한국 스트라이커에선 찾아보기 힘든 막강한 체격과 높이를 가지고 있다. 마치 스웨덴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연상시킨다. 강력한 제공권과 날카로운 움직임, 파워를 갖춘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K리그 최고의 공격수 중 한명임엔 분명하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플랜A가 무너졌을 때 활용할 ‘조커’ 카드로 김신욱을 선택했다. 한국은 이번 조별예선에서 손흥민과 황희찬을 투톱으로 내세운 4-4-2전형이나 기성용을 쓰리백으로 내려 실험했던 3-5-2전형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신 감독은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공격전술에서 김신욱을 또 하나의 백업 카드로서 후반에 교체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김신욱의 높이를 활용해 골문 앞 제공권 싸움에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계산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은 F조 최약체로 꼽힌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 업체인 ‘그레이스노트(Gracenote)’는 한국이 F조에서 살아남을 확률을 27%로 평가했다. 1차전에서 만날 스웨덴(34%)보다 낮은 수치였고 조 최하위다. 같은조에선 독일이 79%로 1위, 멕시코가 60%로 2위에 올랐다. 독일과 멕시코가 1위와 2위로 16강에 진출한다는 뜻이다. 브라질 월드컵 때 스페인의 부진, 한국의 경기 양상 등을 정확히 예측해 ‘문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영표 KBS해설위원 역시 한국 대표팀의 16강 진출 확률에 대해 ‘현실적으로는 25% 이하’라고 내다봤다.
짠물수비를 바탕으로 한 1점차 승리, 그리고 상대 골문 앞에 서있는 장신 공격수의 머리를 겨냥한 롱볼 축구는 약팀이 생각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카드다. 그렇기에 김신욱이 가지고 있는 중요성은 매우 크다. 김신욱은 경기가 이기고 있을 때, 혹은 지고 있을 때 모든 상황에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종료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1대0으로 이기고 있다면 9명의 필드 플레이어들을 수비진영으로 불러들인 상태에서 김신욱만 전진시켜 그의 높이를 활용해 ‘행운의 추가골’을 노릴 것이다. 만일 패하고 있다면 황희찬과 손흥민, 김신욱 이 세 명의 공격 조합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선발로 출전한 지난 7일, 김신욱의 볼리비아전은 다소 아쉬웠다. 김신욱을 상대한 볼리비아의 센터백 루이스 아킨과 로날드 랄데스는 모두 180cm의 신장으로 김신욱 보다 훨씬 못 미치는 키다. 김신욱은 전반 두 차례 날카로운 헤더를 날린 것 외에는 그들과의 제공권 싸움에서 별다른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월드컵에 나서지 못해 동기부여가 떨어져있는 상태에다 베스트멤버도 아닌 볼리비아를 상대로 승리는 필수적이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자연스레 그날의 졸전에 대한 비판은 김신욱에게로 향했다.
신태용 감독은 볼리비아전 김신욱을 베스트 11로 기용한 것에 대해 ‘트릭’(속임수)이라며 위장선발임을 밝혔다. 김신욱이 스웨덴전에서 어떠한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다행히 조별예선 첫 상대인 스웨덴도 공격적인 부분에선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웨덴은 최근 A매치 3경기에서 무득점이다. 지난해 10월 룩셈부르크전에서 8골을 몰아넣은 뒤 치른 8번의 경기에서 4골에 그쳤다. 최전방 자원으로 나선 마르쿠스 베리와 올라 토이보넨이 별다른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확실한 공격 자원이 에이스로 꼽히는 에밀 포르스베리 뿐이다. 장신의 스웨덴 수비수들을 김신욱이 이겨낸다면 충분히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기는 스웨덴과 한국, 두 팀 모두 ‘단두대 매치’로 꼽히는만큼 승리를 위해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기에서 패하는 쪽은 멕시코와 독일을 만나는 이후 일정에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김신욱 역시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월드컵 본선에서 유럽 선수들과의 제공권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장신공격수로서 헤딩골을 넣어야 한다”며 “모든 포커스를 거기에 맞추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표팀은 8일 오스트리아 슈타인베르크 슈타디온에서 진행한 피로 해소 훈련을 마무리한 뒤 손흥민, 황희찬, 김신욱 등 세 명의 공격수만을 남긴 채 크로스 상황에서 득점하기 위한 훈련을 했다. 김신욱과 손흥민, 황희찬이 가상의 스웨덴 수비수들을 상대로 포백 수비라인을 깰 수 있는 득점 루트 찾기에 집중했다. 김신욱은 왼쪽에서 김민우의 크로스, 오른쪽에서 고요한의 크로스를 받으며 자신의 장기인 위협적인 헤더 훈련을 했다.
손흥민과 황희찬 외에 별다른 공격카드가 없는 한국 대표팀에게 김신욱의 활약은 절실한 상황이다. 과연 신 감독과 국민들의 바람 대로 김신욱의 높이를 바탕으로 한 득점이 조별 예선에서 터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