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과거 일본에서 발생했던 한국인 여성 박꽃수레 실종 사건을 9일 파헤쳤다. 박꽃수레는 일본인 남성과 결혼 후 현지에서 거주하다가 돌연 실종됐다.
박꽃수레는 성년이 되자 일본 유학길에 올라 가족 몰래 두 번의 결혼과 한 번의 이혼을 했다. 두 번째 남편은 2016년 4월 석연치 않게 세상을 떠났다. 두 달 뒤쯤 그는 외삼촌 장례식장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아 3일간 머물렀다가 다시 일본에 돌아갔다. 이후 어머니가 안부 문자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어머니는 “2~3일을 혼자 연락해보다 안 되니까 식구들에게 알렸다”고 회상했다.
가족은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2~3주쯤 지난 7월 11일 경기도 이천 경찰서는 “영사관이 일본 경찰에 실종 사건을 접수했다”고 가족에게 전했다. 하지만 일본 경찰은 “주권침해다” “우리 일이다”라며 한국 경찰과의 공조 수사에 선을 그었다. 가족에게도 함구를 당부했다. 가족은 일본 경찰 말만 듣고 700여일을 기다렸다.
박꽃수레 두 번째 남편의 이름은 사토 다카시. 부부는 후쿠시마현 후쿠시마시 아라이 지역에 거주했다. 이웃들은 “2년 전 경찰들이 박꽃수레 집을 찾아와 실종을 알았다”면서 “남편의 죽음도 수상한데 아내도 실종돼 기이했다”고 말했다. 남편의 친구는 “다카시가 베어낸 풀을 태우려다가 하반신에 불이 옮겨붙어 병원에 갔다. 그리고 얼마 후 숨졌다”고 설명했다. 친구는 다카시가 남긴 유산 때문에 박꽃수레가 범행의 대상이 된 것으로 추측했다. 실종 전 박꽃수레는 다카시의 집과 토지 등을 상속받게 된 상태였다.
일본 경찰은 지난해 9월 24일 한국 국적 이성재(가명)를 사기 혐의로 체포했다. 박꽃수레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인물이었을 뿐만 아니라 박꽃수레의 신용카드와 다카시의 신용을 도용했기 때문이었다. 이성재는 2016년 7월 6일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톨게이트 CCTV 포착됐다. 차량은 박꽃수레의 것이었으며 박꽃수레도 함께 타고 있었다. 이후 박꽃수레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이성재는 박꽃수레 신용카드로 350만원 상당의 오토바이 용품을 사고 주유를 한 뒤 한 호텔에 홀로 투숙했다.
일본 경찰은 이성재를 오랫동안 의심해왔다고 한다. 1년간 미행했고, 4번이나 체포했다. 그러나 직접 살인과 유기 증거를 찾지 못해 번번이 사기, 횡령, 절도 혐의로만 기소했다. 후쿠시마 법원은 절도만 인정했다. 이성재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성재의 수상한 행적은 더 있었다. 제작진은 이를 일본에서 발생한 다른 실종사건에서 찾아냈다. 2008년 10월 실종됐던 한국인 유학생 김영돈이 2년 뒤 6월 일본 미야기현 대나무 숲에서 사체로 발견된 사건이다.
이성재는 김영돈의 지인이었다. 당시 그는 경찰에 “잠시 바람 쐬러 갔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 때문에 일본 경찰은 단순 가출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성재는 유가족에게 “실종 이후 내가 영돈이를 만났으니 죽었다고 할 수 없다. 영돈이는 살아있고 죽었으면 내가 책임지겠다”면서 “나와 영돈이가 만나는 것을 목격한 사람도 있다. 고민이 많아 가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가족이 의심을 멈추지 않자 이성재는 자신과 김영돈이 만난 것을 봤다는 목격자를 데리고 나타났다. 이 목격자가 박꽃수레였다.
세 사람의 연결고리는 박꽃수레의 유품에서도 등장했다. 박꽃수레는 사망 전 2011년부터 2012년 사이에 이성재로부터 받은 48통의 편지를 한국에 남겼다. 이성재는 이때 강릉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그중 한 편지에 김영돈이 등장했다. 이성재는 박꽃수레에게 “이제부터 영돈이 일은 잊어버리고 마음 편하게 지내자”라고 했다. 이성제와 박꽃수레는 오래전부터 교제하던 사이였지만 헤어졌다가, 박꽃수레 남편 다카시가 사망한 2016년 4월부터 다시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은 이성재를 직접 만났다. 자신이 박꽃수레에게 쓴 편지를 보자 이성재는 “이 사람들 너무하네. 얘기하고 싶지 않다. 인권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냐”면서 “사람이 좋게 얘기하면 이쯤에서 가야지. 당신들이 경찰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모습을 본 전문가들은 “편지를 들이대니까 호기심이 났다. 진지하게 바뀌면서 다리 꼬는 것까지 이해할 수 있는데 그쯤 팔짱을 낀다. 팔짱 끼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를 심리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몸동작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경찰이 놓친 부분에 대해 치밀하게 접근하니까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라며 “경험한 대로만 이야기한다면 당황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도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