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는 10세 흑인소년 수갑 채운 美 경찰…“안전상 이유” 변명

입력 2018-06-10 06:00
유튜브 'Latest News' 캡처

미국 시카고 경찰이 죄 없는 흑인 소년을 붙잡아 수갑을 채우고 취조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8일(현지시간) 시카고 남부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마이클 토머스(10)가 할머니 집 앞에서 놀다가 경찰에게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경찰관들은 소년에게 수갑까지 채웠으며 순찰자 후드에 기대서게 한 채 약 15분간 소년을 추궁했다.

가족들과 주변 이웃이 아이가 겁에 질렸다며 반발했지만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되레 경찰은 10~12세 푸른색 옷을 입은 흑인 소년이 총을 든 채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신고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해당 소년의 인상착의가 비슷했고 경찰들이 가까이 다가가자 피하며 뛰어갔다는 것이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주민은 상황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영상을 보면 소년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울먹이며 충격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소년의 가족들은 현장 인근에 푸른색 계열의 옷을 입은 아이들이 최소 5명은 있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소년의 할머니는 “보다시피 그 아이는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다. 옷을 들춰봐도 아무 것 없지 않나”라며 수갑을 풀어달라고 말했다. 소년이 손에 무기를 쥐고 있지 않았음에도 경찰은 “확인이 되면 풀어줄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소년은 당시 상황에 대해 “너무 무서워서 울었다”며 “경찰관들은 내가 소년원에서 탈출했고 총을 갖고 있다고 말했는데, 나는 소년원에 가지 않았고 총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에디 존슨 시카고 경찰청장은 “경관들은 용의자 수색 과정 행동지침과 절차를 따랐을 뿐”이라며 “안전상 이유로 수갑을 채운 것”이라 해명했다. 그는 “소년의 깊은 상처를 염려하는 가족들 마음에 공감한다”면서 “내부 조사 지시를 내렸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