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미투’ 김성룡 9단 제명 결의… 외국인 기사 성폭행 의혹

입력 2018-06-10 06:00
(사진=뉴시스) 김성룡 9단

한국기원은 8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성폭행 가해 의혹을 받는 김성룡 9단 제명을 결의했다.

징계위는 김 9단이 한국기원 소속기사 내규 제3조 ‘전문기사의 의무’ 3항에 명시된 ‘본원의 명예와 전문기사로서의 품위 유지’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이 같이 결정했다.

김 9단은 지난 4월 바둑계에 일어난 미투 운동 과정에서 외국인 여성 기사인 디아나 초단을 9년 전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디아나 초단은 당시 기사회 내부 게시판에 김 9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2009년 6월 5일 김 9단 집에 초대를 받았다”며 “친구를 기다리면서 술을 이미 많이 먹은 상태였다. 화장실에서 토하고 있는 모습이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그날 밤의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리고 다시 일어났다. 내 상태를 보니 내가 자던 방(딸이 쓰는 방)이 아닌 다른 방(그의 안방)에 있었다”며 “옷은 모두 벗겨져 있었고 그 놈이 내 위에 올라와 있었다. 그가 나를 강간하고 있는 상태에서 나는 눈을 뜬 것”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숨겨두고 꺼내고 싶지 않았지만, 그 날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한국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를 자주 한다고 친구들이 말했다. 그 일이 나의 성격, 사람을 대하는 자세 등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고 적었다. 또 “내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이제서야 내가 그동안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된다고 했다”며 “마음속에 숨겨둔 상처가 사람들에 대한 불만으로 나타나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9년간 혼자만의 고통을 감내하는 동안, 김성룡은 바둑계에서 방송 감독 기원 홍보이사 등 모든 일을 맡으며 종횡무진했다. 나는 9년 동안 그 사람을 피해 다녔는데, 그 사람은 나에게 요즘도 웃으며 인사한다”고 몸서리를 쳤다. 디아나 초단은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보면 내가 얼마나 무섭고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는 것 같다”며 “이 글을 보고 내 마음이 어땠는지 느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 9단의 제명 처분은 한국기원 이사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한국기원은 조속한 시일 안에 이사회를 소집해 징계 건을 마무리하고, 불미스러운 사건에 관한 입장 표명을 하기로 했다.

한국기원은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4월 2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이번 성폭행 의혹을 조사했다. 5월 14일에는 한국기원 운영위원회가 김성룡 9단의 기사 활동 임시정지 처분을 내렸다. 앞서 프로기사회는 5월 8일 기사총회를 열어 “전문기사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김 9단을 기사회에서 제명하기로 의결했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