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점검 실효성 논란…경찰 일제점검에도 ‘적발사례 0’

입력 2018-06-09 16:02


‘몰카(몰래카메라)’ 관련 제보와 보도가 이어지면서 불안감이 확산되자 경찰 측도 일제 점검에 나서는 등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실제로 카메라가 발견되지 않은 사례가 대다수고, 탐지 장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경찰 조사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달 17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지하철역, 터미널, 학교 등 공공장소의 화장실을 대상으로 불법 카메라 일제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여태까지 적발된 불법 카메라는 하나도 없었다.

경찰 측이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 탐지 장비는 두 가지로, 전자파 탐지형과 렌즈 탐지형이 있다. 전자파 탐지형은 불법 촬영 장비에서 발생하는 전파를 탐지해 전원이 켜진 촬영 장비를 찾아낼 수 있고, 렌즈 탐지형은 장비에서 적외선을 쏴 촬영 장비가 반사하는 빛을 찾아내는 식이어서 전원이 꺼진 카메라도 찾아낼 수 있다. 점검은 전자파 탐지형 장비를 이용해 운용 중인 ‘몰카’를 파악한 뒤 렌즈 탐지형 장비로 구석구석을 훑어 은폐된 카메라를 찾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2주기인 지난달 17일 서울 강남역 사건현장 일대에서 여성안심 화장실 점검을 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경찰 측 장비가 허술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운용하는 장비는 지방청과 30개 경찰서를 통틀어 83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 자체와 지하철 수사대, 시흥·평택경찰서(각 12대)를 제외한 나머지 경찰서는 1~2대의 장비만 보유하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장비 관련 관계자는 “몰카 관련 탐지 장비는 수사과나 여성청소년과에서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경찰 전체적으로 장비를 확충하라는 지시가 내려오거나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장 조사 결과 카메라가 발견되지 않은 사례를 들어 ‘몰카 공포’가 지나치게 커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4월에는 대전광역시 중구 은행동에서는 “중앙로 지하철역 여자화장실에서 한 남성이 성인용 동영상을 보고 있다”는 제보가 올라와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확인했지만 해당 화장실에 있던 사람은 여성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29일에도 명동역 여자 화장실에서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과 함께 “명동역 화장실 바닥마다 구멍이 있고 구멍 안에는 카메라 렌즈가 설치돼 있다”는 제보가 있었지만, 이는 명동역 지하쇼핑센터 바닥에 난 구멍에 물이 고인 것을 ‘몰카’로 착각하고 제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30일에는 화장실 변기 커버에 난 드릴 자국을 ‘몰카’ 설치 흔적으로 오해한 제보도 있었다.

한편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달 21일 “경찰이 집계한 불법촬영범죄 범인 검거율은 96% 수준이고 지난 5년 간 불법촬영 범죄로 검거된 사람은 1만9623명”이라면서 “불법 촬영범의 경우 검거율은 높지만 실제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성폭력처벌법 대신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돼 수위가 낮은데 법개정을 비롯해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