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야권 단일화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사전투표가 시작된 8일에도 서로 양보를 요구하는 발언만 반복했다. 바른미래당은 한국당의 ‘당 대 당 통합’ 제안으로 인한 ‘자중지란’에 빠졌다.
김 후보는 통화에서 “이제는 후보로서 열심히 뛰는 것을 중심으로 하려고 한다”며 “단일화라는 것은 여당이 일방적으로 이길 것 같으니 국민들이 안타까워서 하는 말씀으로 알아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 후보는 자기중심으로 야권 통합을 하자고 한다”며 “자신이 단일 후보를 할 테니 무조건 나를 그만두라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의 ‘당 대 당 통합’ 제안에 대해 안 후보가 ‘바른미래당 중심의 야권 재편’을 ‘역제안’했으나 김 후보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안 후보도 기자들과 만나 “어느 후보가 당선 확률이 높은지 다들 아실 테니 그 후보에게 표를 모아 달라는 게 일관된 주장”이라고 맞섰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단일화에 ‘찬물’을 부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는 정도(正道)가 아니다”며 “안 후보와 김 후보는 이념이 다른 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야권은 단일화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안 후보가 양보해 달라”고 발언한 것과는 정반대다. 단일화 가능성이 낮아지자 김 후보의 완주 쪽에 무게를 둔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한국당이 던진 ‘당 대 당 통합’ 논의에 흔들렸다. 박주선 공동대표는 논평을 내고 “한국당은 적폐 세력으로서 청산의 대상이므로 한국당과의 단일화나 당 대 당 통합을 운운하는 일은 묵과할 수 없는 해당행위”라고 반발했다. 김 후보 캠프의 정택진 대변인은 “안 후보는 한국당으로 오고 싶어도 못 온다”며 “바른미래당은 (단일화 논의로 인한) 당내 갈등이 폭발해 와해 직전”이라고 공격했다.
다만 두 후보 측 모두 막판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고 있다. ‘3등 공포증’이 결국 후보직 사퇴를 통한 야권 단일화를 성사시킬 거라는 희망섞인 관측이다.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선거 막판 3등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 후보가 사퇴해 야권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선거 3일 전에 단일화가 된다면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으면 3등으로 선거를 마감한 후보가 여당 승리를 도와준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된다”며 “이런 부담 때문에 단일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 측은 결국 김 후보가 사퇴를 할거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김 후보 측 김선동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제 3등 후보가 된 안 후보가 사퇴하는 길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문동성 이종선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