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경련에 협조 요청, 범죄 되는 줄 몰랐다”… 조윤선도 혐의 부인

입력 2018-06-08 14:28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화이트리스트' 관련 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정부 당시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에서 돈을 걷어 친정부성향 보수단체의 관제데모를 지원(화이트리스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범죄가 되는 줄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 전 실장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병철)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 등 9명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7차 공판에서 “정무수석이나 비서관이 과거에도 전경련이 시민단체를 도운 일이 있고 예상이 있다고 해서 협조를 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반적인 협조 요청일 뿐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은 “전경련은 나도 아는 사람인데 협박해서 돈 받아내라 한 적이 없다”며 “정무수석실 비서관들도 협박했을 리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전 실장 등은 2014년 2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전경련을 압박해 어버이연합 등 21개 보수단체에 총 23억8900여만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단체들은 김 전 실장 지시로 당시 여당 지지 및 야당 반대 시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청와대 비서관이나 행정관들이 전경련에 일부 협조 요청을 하고 지원한 것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지시하거나 관여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수단체 지원은) 박근혜정부 국정기조였다”며 “구체적 지시가 없음에도 비서실장으로서 책임져야 한다면 블랙리스트 혐의와 하나의 사건으로 판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함께 공판에 출석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전경련 자금 지원에 큰 문제의식이 없었다”며 “정무수석 재임 당시 구체적인 내용을 묻지도 보고받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 등은 2015년 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31개 단체에 35억여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14년 9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조 전 장관은 특활비 불법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순수 격려금’이었다며 부인했다. 그는 “정치적 스승으로 알고 지낸 이병기 당시 국정원장에게서 격려금으로 받은 것일 뿐 청탁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