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당뇨병 위험 35% ↑…“암 진단 후 2년 내 조심”

입력 2018-06-08 14:20
국민일보db

유방암 환자 A씨(47·여)는 수술 후 항암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기존에 없던 당뇨병이 생겼다. 공복 시에도 130㎎/dL이상의 고혈당이 여러차례 발생했고 당뇨병의 표지자인 당화혈색소 수치가 7.5%까지 올라 당뇨약을 먹기 시작했다. 이후 방사선과 호르몬 치료 기간에도 고혈당이 지속돼 당뇨 약을 계속 복용하고 있다.

오줌이 핏빛이 비쳐 병원을 찾았던 C씨(70)는 신장암 진단을 받고 한쪽 콩팥을 떼어냈다. 이후 암의 전이가 발견돼 표적 치료제를 시작했는데, 기존에 없던 고혈당이 발견됐다(당화혈색소 8.6%). 당뇨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으나 한 가지 약으로는 조절되지 않아 3가지 약제를 병합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처럼 암 환자가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일반인 보다 35% 높다는 대규모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립암센터 갑상샘암센터 황보율 전문의, 공선영 진단검사의학과장은 삼성서울병원 임상역학연구소 조주희 교수, 강단비 박사와 공동으로 국가 표본 코호트(특징 공유 집단) 분석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 종양학회지(JAMA Onc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왼쪽부터 국립암센터 황보율 전문의, 공선영 과장, 삼성서울병원 조주희 교수, 강단비 박사


국내 암환자는 매년 21만명 이상 새로 발생하는데 조기 진단 및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장기 생 존 환자 역시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5년 국가암등록통계 기준 암으로 치료 중이거나 완치 후 생존한 암 유병자는 약 161만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최근 암의 치료뿐 아니라 암 생존자 삶의 질 향상도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아울러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등 암 생존자의 만성 합병증 관리가 중요해졌다.

연구팀은 약 50만명의 국가 표본 코호트에서 암 치료를 받은 환자와 암을 경험하지 않은 대조군의 당뇨병 발생을 평균 7년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암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암 환자에서 당뇨병 발생이 35%나 증가했다.

암 종별로는 췌장암 환자 5.15배, 신장암 2.06배, 간암 1.95배, 담낭암 1.79배, 폐암 1.74배, 혈액암 1.61배, 유방암 1.60배, 위암 1.35배, 갑상샘암 1.33배의 당뇨병 증가가 확인됐다. 시기적으로는 암을 진단받고 2년 이내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이 가장 높았다.
연구팀은 암 자체나 암 치료 과정에서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당뇨병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황보율 국립암센터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기존에 알려진 대로 췌장암의 경우, 췌장이 인슐린을 분비하는 장기이기 때문에 암 자체와 치료에 의해 당뇨가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또 “항암치료 과정 중 흔히 사용되는 고용량 스테로이드나 일부 항암제가 직접적으로 고혈당을 유발한다”며 “특히 최근 늘어나는 표적 치료제나 면역 치료제 역시 부작용으로 당뇨가 생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또 암과 당뇨병의 위험을 동시에 증가시키는 요인들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뇨병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비만, 운동 부족, 불균형적 식사, 담배, 음주가 꼽힌다. 이 요인들은 암의 위험요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같은 위험 요인을 가진 암환자는 당뇨 위험 역시 증가할 수 있다.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암환자는 당뇨병과 같이 만성질환에 특히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라며 "앞으로 암 생존자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이 치료 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