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과의사협회
치무이사
매년 6월 9일은 구강보건의 날이다. 만 6세에 젖니 뒤에서 위아래 치아 맞물림의 키 역할을 하는 영9(구)치가 처음으로 잇몸을 뚫고 나오는 것을 의미하는 날이다.
올해 구강보건의 날은 협회 창립(1945년)을 기점으로 73회, 구강보건법 제정(2000년) 이후로 18회, 법정 기념일(2016년)이 된 이후로 3회째 맞는 기념일이다. ‘건강한 구강, 질 높은 삶’과 ‘정기적인 구강검진, 평생건강 첫걸음’이란 표어를 내걸고 각종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8일에는 광화문광장과 교보빌딩에서 홍보캠페인과 기념식 및 대국민 진료봉사(갈월종합사회복지관, 용산구 소재)가 진행된다. 국민과 함께 하는 구강보건의 날이 되기를 소원해 본다.
잘 아시다시피, 구강에는 32개의 치아(齒牙)와 매일 1~1.5ℓ씩 분비되는 침(타액) 및 500 여 종류의 세균들(치태 1g 당 평균 1000억 마리 정도)이 있다. 치아의 중요성은 이제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구강검진의 중요성과 구강보건의 날의 진정한 의미를 기념하기 위해서라도, 치과 진료영역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사실 치아에서의 치(齒)는 구강악안면(口腔顎顔面, 입·턱·얼굴)을, 아(牙)는 어금니를 의미하지만, 이를 아는 국민은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아(牙) 치료에만 집중할 뿐 상대적으로 치(齒)의 영역까지는 잘 나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치과의사만큼 얼굴의 성장과 발육을 고려하는 치(齒) 치료를 하는 의사도 드물다. 이는 ‘치과의사도 얼굴의 미간 주름에 보톡스와 필러를 놓을 수 있다’는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보아서도 잘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치과의사를 ‘구강악안면의사’로 개칭하자고 주장하만, 사실상‘구강악안면’이라는 용어 자체가 국민들이 발음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현실적인 측면이 있다.
필자는 오히려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치(齒)의 영역까지 치료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용어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왜 이렇게 진료영역을 장황하게 설명했는가 하면, 바로 올해 구강보건의 날부터 구강, 턱, 얼굴 등 치의 성장과 발육을 고려한 구강건강 개념으로 생애 주기별 구강검진의 중요성을 언급하고자 하기 위해서다.
첫째, 영유아기들은 아토피, 기관지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등 일명 알레르기 행진으로 인해 흔히 구호흡을 하게 된다. 이는 젖병 수유와 함께 젖니의 우식을 유발할 수 있는 구강 상황을 초래하게 됨으로 호흡기 및 알레르기성 병력 청취와 함께 영유아기의 구강을 세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영유아 구강검진의 중요성).
둘째, 아동청소년기는 얼굴의 성장과 발육은 물론 구강에서 위아래 치아의 맞물림(교합)이 완성되는 시기이다. 동시에 이 시기는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설탕 같은 우식 유발 음식이나 음식 조절 실패에 따른 비만, 편도선 및 아데노이드의 비대 등으로 코골이와 구호흡 및 수면무호흡, 얕은 수면에 따른 이갈이 등 나쁜 구강 습관으로 심한 치아우식와 치질의 파괴는 물론 이 시기의 흡연이 구강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이는 추후 영구치아들의 조기 상실로 이어지면서 치아와 얼굴이 삐뚤어지기도 하고, 턱이 튀어 나오거나(주걱턱), 들어가기도(무턱) 하는 등등 얼굴과 악골의 부조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것이 성장기 청소년에서 어금니 실란트 치료가 중요한 이유이다. 특히, 이 시기에는 격렬한 스포츠를 좋아함으로 일평생 후회할 수 있는 齒의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운동 시에는 반드시 마우스피스의 착용하도록 권고한다(학생 구강검진의 중요성).
셋째, 성인기의 구강에서는 치주질환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기도 하는 데, 이러한 다발성 치주염증 부위를 면적으로 환산할 때 아마 위염이나 위궤양 병변 못지 않게 심각하게 다루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잇몸 염증 부위의 혈관으로 치주질환 원인 균들이 들어가 페농양이나 뇌농양을 야기하기도 하며, 또 치주질환이 저체중아와 조산 및 당뇨병 등과 같은 전신질환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기도 하기에 말이다. 특히, 이 시기는 직장생활의 과도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와 비만에 따른 수면무호흡, 이악물기, 이갈이 등으로 치아의 씹는 부위는 물론 치아 옆면 치질의 과도한 소실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것이 19세부터 1년에 1회 스캘링을 통해 치주질환을 예방하고자 하는 목적이며 이에 더하여 금연치료와 함께 수면 시 치아보존을 위한 마우스가드 착용도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또 현재 산업 현장 근로자들의 형식적인 출장 구강검진을 야간진료, 국공휴일, 주말-주일진료가 가능한 의원으로 내원시켜 파노라마 촬영(도입되었을 때)과 스캘링을 함께 하면서 구강검진을 진행하면 보다 실효적인 구강검진이 되지 않을까?(성인 및 근로자 구강검진의 중요성)
넷째, 면역기능이 현저히 감소하는 노년기가 되면, 남아 있는 치아도 적고, 특히 항균작용과 윤활작용을 하는 침도 점점 줄어들어(특히, 다약제를 복용하는 노인의 입안은 거의 침이 없음) 심지어 남아 있는 치아의 뿌리에 충치가 동시다발로 나타나 애를 먹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기는 본인의 건강상 금연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의외로 금연에 대한 협조가 높다. 따라서, 현재 정부 차원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의치와 2개 임플란트에 한해 보험을 보장해 주는 제도에 더하여 노년기 구강검진의 제도화가 더 시급함을 알 수 있다(노인 구강검진의 제도화 시급성). 마지막으로, 허약한 전신상태로 인해 반드시 방문하여 특별한 구강 케어를 해 주어야 할 장애인과 쇠약한 노인들(자택이나 노인요양시설, 및 노인요양병원)이 있다. 이들의 구강은 뇌병변과 퇴화로 인해 스스로 섭식과 삼킴이 힘들고, 양치질도 할 수 없어서 심한 구취로 인한 요양보호사의 접근마저 어려워 곧장 흡인성 폐염과 같은 전신질환으로의 이행에 최적의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다(장애인 치과주치의 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치과촉탁의제도 도입의 근거).
치과질환은 단지 섭취하는 음식을 넘어 흡연과 수면 등 생활 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단지 입안에만 국한되지 않고 환자의 전신상태와 전신질환에 깊은 영향을 주는 질환이다.
필자는 구강검진에 현재 치주질환을 타켓으로 연구되고 있는 치과 파노라마를 빨리 도입하는 것이야말로 생애 주기별 구강검진 수검율을 높임과 동시에 구강건강 향상을 통한 질 높은 삶의 영위와 평생 건강을 유지 함으로서 국가 총 의료비 절감 효과까지도 가져 올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본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