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관계가 끊어진 사람들, 사회문화맥락서 만나야"

입력 2018-06-07 16:03 수정 2018-06-07 18:41
대한성공회 국밥집교회의 주일 성찬례 모습. 브랜든선교연구소 제공

대한성공회 국밥집교회(김한승 신부)는 교회만을 위한 건물이 없다. 대신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켈리그라피 건물을 빌려 주일 성찬례를 드린다. 건물보다는 공동체로 유지되는 교회인 셈이다.

그런데도 30여명 성도들은 김 신부가 노숙인과 노약자 등을 위해 사역하는 푸드뱅크와 독서대학 르네21 등을 위한 봉사에 발 벗고 나선다. 주일 헌금은 교회의 유지가 아닌 르네21 사업에 전액 사용된다. 성도들은 김 신부를 스스럼없이 만나며 매주 교리교육과 신앙 강좌 등 제자교육을 받는다.

길찾는교회(민김종훈 신부)는 주일마다 서울 용산구 용산나눔의집을 예배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교회 성도들에게 왜 교회를 나오는지 물었을 때 ‘함께 있지만 나는 나일 수 있어서’라거나 ‘강요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들은 해고노동자나 철거민 등 사회적 약자와 동행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위 사례는 성공회의 대표적 ‘선교적 교회’ 사례들이다. 선교적 교회는 건물 대신 공동체로 유지되는 교회 또는 기존 교회의 선교 방식으로 닿지 못하는 사람에게 다른 방식으로 찾아가는 교회로 속히 알려져 있다. 브랜든선교연구소(소장 김홍일 신부)는 6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Fresh Expressions(새로운 표현·의역 선교적 교회)에 대한 대한성공회의 이해와 실천’ 심포지엄을 열고 선교적 교회에 대한 사례와 의견을 나눴다.

오동균 청주복대동교회 신부는 새로운 표현 운동에 대해 “교회와 관계가 끊어진 사람이 편안하게 모일 방법을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고민하고 친밀한 관계 안에서 제자 양성을 목표로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대한성공회에서는 초창기 나눔의 집 운동에서 새로운 표현 운동과 유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표현 운동은 1998년 세계 성공회 주교 회의인 램버스 회의에서 정식 채택됐다. 교회가 아닌 하나님이 선교하심을 기초 개념으로 삼으며 교회 밖에서도 하나님 신실한 백성들의 모임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시작했다. 오 신부는 “사회 속 다양한 형태의 회중이 중심이 되는 새 교회론으로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김종훈 신부는 “모든 대한성공회 교회들이 주교좌성당처럼 선교하겠다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일 수는 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며 “92년 된 주교좌성당에서 맛볼 수 있는 엄숙함과 포근함이 있다면 선교적 교회에는 소통과 가치,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