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쉬운 ‘승부조작’ 제안… 이영하만 전화를 받았을까

입력 2018-06-07 15:57 수정 2018-06-08 00:33


두산 베어스의 이영하 선수가 브로커에게 승부조작 제안을 받고 거절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프로야구계에 ‘승부조작 주의보’가 다시 발령됐다.

야구판은 2016년 이태양(전 NC 다이노스), 유창식(전 KIA 타이거즈) 등 현직 프로야구가 가담한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태양은 ‘영구 실격’, 유창식은 ‘3년 실격’의 중징계를 각각 받았다.

이영하와 두산 베어스의 제보를 통해 ‘승부조작’의 검은 마수를 뻗는 브로커가 선수들 사이에 활보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두산에 따르면 이영하는 지난 4월 30일 모르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브로커 B가 ‘경기 첫 볼넷’을 제의했고 이영하는 브로커에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의사표시를 한 뒤 전화를 끊었다. 동시에 상대방 번호를 차단했다. 이 브로커는 5월 2일 다른 번호로 연락을 했고, 이영하는 “신고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뒤 번호를 차단했다.

이영하는 전화를 끊자마자 구단에 신고했다. 구단은 내부적으로 사태 파악에 나서는 한편, 이 브로커가 타구단 선수와도 접촉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KBO에 알렸다. 이후 이영하와 구단은 KBO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 KBO 관계자에게는 프로야구의 또 다른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판단해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이영하는 이날 OSEN과의 인터뷰에서 “승부 조작 제의를 받았지만, 큰 관심이 없었다”며 “최근 좋지 않은 일들이 있었고, 구단에서도 꾸준히 교육을 해줬던 만큼 위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영하는 “돈보다는 야구로 성공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브로커가 직접 선수에게 전화를 거는 등 너무 쉽게 승부조작 제안이 이뤄진다며 브로커 A씨가 이영하에게만 제안을 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추가 신고자는 나오지 않았다. KBO는 모든 구단에 승부조작 제안을 받은 선수들이 있었는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KBO에 따르면 7일 구단들은 선수들과의 면담을 모두 마쳤으며 추가 사안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KBO는 수사를 경찰에 의뢰해 놓은 상태다.

선수협은 “꾸준한 교육과 단호한 제재, 팬들의 비판이 선수들이 승부조작을 거부하고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며 “승부조작의 유혹은 지금도 어디선가 이뤄질 수도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이번 이영하 선수의 용기있는 행위가 승부조작을 하려는 세력들에게 경고의 메세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하의 용기있는 행동과 구단의 적절하고 단호한 조치가 승부조작을 막을 수 있었다. 승부조작은 조폭과 연계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영하의 이번 행동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승부조작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KBO의 적극적인 협조와 경찰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