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생명을 구하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국가유공자 증서를 받은 7세 아이가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증서를 전달한 문재인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주영훈 경호처장은 “고개 숙인 엄마와 웃는 아이의 모습이 대비되는 슬픈 장면”이라고 7일 이 모습을 설명했습니다.
지난 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해맑은 미소를 지닌 아이에게 유공자 증서를 수여했습니다. 이 아이는 고 정연호 경위의 아들 준용군입니다. 문 대통령이 허리를 숙여 눈높이를 맞추자 미소를 머금었는데요. 두 손을 붙잡고 위로하자 미소는 웃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곤 정군은 엄마 서지연씨와 함께 영웅인 아빠의 이름이 적인 유공자 증서를 한동안 바라봤습니다.
이 장면은 현충일 추념식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주 경호처장은 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며 “자랑스러운 아빠를 가슴에 담고 꿋꿋하게 잘 자라길 바랍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준용군의 아빠 고 정연호 경위는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8시11분쯤 자살 기도 신고를 받고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에 출동했다가 안타깝게 순직했습니다. 당시 아파트 외벽을 통해 문이 잠긴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9층에서 추락해했습니다. 정 경위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튿날 새벽 숨을 거두었습니다. 경찰은 정 경위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경사에서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습니다.
고개 숙인 엄마와 미소를 머금은 아이. 주 경호처장은 “이 두 모자를 지켜주는 것이 국가의 책무고 국민이 해야 할 일입니다”라고 현충일의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이날 국가유공자증서 수여식에서는 지난 4월 F-15K 전투기 훈련을 마치고 귀환하던 도중 추락해 순직한 고(故) 최필영 소령과 박기훈 대위, 동물 구조작업 중 트럭에 밀린 소방차에 치여 순직한 고(故) 김신형 소방관 등이 정 경위와 함께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