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샤이 보수 분명히 있다”… 압승 여론조사 ‘부작용’ 우려

입력 2018-06-07 13:25 수정 2018-06-12 14:08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본부장인 이춘석 사무총장은 7일 여당의 지방선거 압승을 전망한 각종 여론조사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런 여론조사 결과가 과연 우리에게 좋을 것이냐 하는 걱정이 있다”고 했다. 그가 우려하는 대목은 ‘샤이(shy) 보수’ 현상이었다.

이 총장은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보수표 중에는 샤이(숨은) 표가 상당 부분 있다”면서 ‘민주당 독주’를 예상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언급했다. KBS·MBC·SBS는 6·13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둔 6일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가운데 14곳에서 여당 후보가 야당 후보를 두 자릿수 이상의 지지율 격차로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상파 3사가 여론조사기관 칸타퍼블릭·코리아리서치센터·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5일 실시한 광역단체장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3.5% 포인트)다.

이 총장은 “대통령도 잘하고 계셔서 우리 지지층이 여론조사에서 더 적극적으로 응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마지막까지 자만하지 않고 국민께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마음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①여론조사에 포착되지 않은 보수표가 실제 투표에선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 ②압승을 낙관한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 참여율이 저조해질 상황을 경계한 것이었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서울의 후보 지지율은 박원순 49.3%, 김문수 13.6%, 안철수 10.7%였다. 경기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48.6%, 남경필 한국당 후보가 19.4%로 나타났다.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PK(부산·경남) 지역도 민주당 후보가 여유 있게 한국당 후보를 따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은 김경수 43.3%, 김태호 27.2%였고, 부산과 울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각각 30.1%포인트, 19.5%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조사(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됐다.

이 총장은 민주당이 TK(대구·경북)에서도 선전하고 있다는 관측에 대해 “유의미하고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지만 지금까지 선례에 비춰볼 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 있다”며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또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남지사 선거에 대해서는 “이길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마지막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단위 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면 여야는 늘 ‘앓는 소리’를 하곤 했다. 판세의 불확실성을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 총장 발언도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신뢰도에 대한 논란이 커진 터라 민주당 지도부는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과거에도 유독 지방선거는 여론조사 예측이 빗나간 경우가 많았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9일 대구에서 사전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대구는 추 대표의 출생지이면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예상 밖의 선전을 하고 있는 ‘격전지’다. 추 대표는 이날 강원도 속초시장에서 "대통령은 8일, 당 대표는 9일 릴레이 사전투표를 하면서 전 국민에게 사전투표를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한 투표율을 끌어올려 지지층 이완을 방지하겠다는 포석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민주당은 최소한 10% 정도 디스카운트하고 한국당은 10% 정도 플러스하면 그나마 제대로 된 국민 여론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최근 여론조사 행태를 보니 아예 작정하고 편들기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지난 대선 때부터 시작된 편들기 여론조사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가 끝나면 이런 여론조사기관은 폐쇄시켜야 한다” “한 점의 직업적 양심도 없다” “특정 정당 편들기로 혹세무민을 하고 있다” “이런 여론조사기관은 이번 선거가 끝나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격한 표현을 동원해 비난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