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여론조사, 민주당은 -10%, 한국당은 +10% 해야 맞다”

입력 2018-06-07 08:59 수정 2018-06-11 14:25

"민주당은 최소한 10% 정도 디스카운트하고 한국당은 10% 정도 플러스하면 그나마 제대로 된 국민 여론일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7일 다시 ‘여론조사’를 문제 삼으며 이 같이 말했다. 선거가 끝나면 여론조사기관들을 폐쇄시켜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여야 후보 지지율의 ‘적정수준’을 언급했다. 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10%, 한국당 후보 지지율은 +10%를 해야 ‘정확한 여론’이라는 것이다.

◆ 14:2 여론조사 나오자… “선거 끝나면 폐쇄시켜야”

홍 대표의 발언은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4곳이나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지상파 3사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뒤였다. KBS·MBC·SBS는 6·13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둔 6일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가운데 14곳에서 여당 후보가 야당 후보를 두 자릿수 이상의 지지율 격차로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리아리서치센터·칸타퍼블릭·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후보들은 경북·대구·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했다. 7일부터 실시되는 지방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는 선거일까지 공표가 금지된다.

서울은 박원순 49.3%, 김문수 13.6%, 안철수 10.7%였다. 경기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48.6%, 남경필 한국당 후보가 19.4%로 나타났다.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PK(부산·경남) 지역도 민주당 후보가 여유 있게 한국당 후보를 따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은 김경수 43.3%, 김태호 27.2%였고, 부산과 울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각각 30.1%포인트, 19.5%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당이 앞서고 있는 곳은 TK(대구·경북) 지역뿐이었다. 하지만 격차는 크지 않았다. 경북에서는 이철우 한국당 후보(29.4%)가 오중기 민주당 후보(21.8%)를 7.6% 포인트 차로 앞섰다. 대구는 권영진 한국당 후보와 임대윤 민주당 후보가 각각 28.3%, 26.4%의 지지율을 기록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권 후보와 임 후보의 차이는 1.9%포인트다.

한국당은 크게 반발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부산·울산·경남은 대선 이후에도 당원 수십 만 명이 들어온 지역인데, 그 사람들의 표심만 반영돼도 이런 결과는 나올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홍준표 대표는 6일 밤에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최근 여론조사 행태를 보니 아예 작정하고 편들기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지난 대선 때부터 시작된 편들기 여론조사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가 끝나면 이런 여론조사기관은 폐쇄시켜야 한다” “한 점의 직업적 양심도 없다” “특정 정당 편들기로 혹세무민을 하고 있다” “이런 여론조사기관은 이번 선거가 끝나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격한 표현을 동원해 비난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민주당은 10% 정도 디스카운트 하고 우리는 10% 정도 플러스 하면 그나마 제대로 된 국민 여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홍준표 “여론조사 표본 편향” vs 전문가들 “문제 없다”

홍준표 대표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 신뢰성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정부·여당 지지가 높게 나타나자 ‘여론조사 표본의 편향성’까지 언급하며 ‘여론조작’ 가능성을 거론했다. 표본 편향성이란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여권 성향이라는 주장이다.

홍준표 대표는 최근 리얼미터가 MBC경남의 의뢰로 5월 22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이 조사에서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와 김태호 한국당 경남지사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53.4%, 33.2%로 큰 격차를 보였다.

경남지역은 지난 19대 대선에서 홍 대표의 득표율이 문재인 대통령을 근소하게 앞선 곳이다. 그런데 리얼미터 조사 전체 응답자 중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뽑았다’고 답한 사람이 ‘홍 대표를 뽑았다’고 답한 사람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홍 대표는 이 부분을 지적하며 “편향된 여론조사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계와 여론조사 업계는 무작위로 추출한 표본이 편향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관계자는 “특정 지지층을 타깃으로 표본을 추출한 게 아니라 무작위로 추출한 결과 여권 지지자가 많은 것이기 때문에 표본이 편향됐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대선 득표율과 여론조사 표본 간 괴리는 유권자의 심리적 요인 등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것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선거를 마치면 승자를 뽑았다고 하는 응답률은 더 높고, 패자를 뽑았다는 응답률이 낮게 나오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뽑지 않았던 응답자가 여론조사에서는 문 대통령을 뽑았다고 거짓대답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숨어 있는 보수표가 있다’는 야권의 이른바 ‘샤이 보수’ 주장은 업계도 인정한다. 현경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은 “과거에도 여론 조사를 하면 여권 지지가 실제 지지도보다 과대 응답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선거 일주일전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이상 앞서던 후보가 실제 투표에서 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샤이 보수’의 규모가 얼마일지는 추정하기 어렵다. 한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말하기 부담스러워 하는 보수층은 있다”면서도 “무당층에 주로 있는 것 같은데, 이들이 실제 어느 정도의 규모일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선거 결과로 받아들이는 정치권의 행태가 문제라는 비판도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론조사는 참고자료에 불과일 뿐 투표 결과가 아니다”라며 “정치권이 여론조사 결과 유·불리만 따져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거나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 홍준표 대표 페이스북 글 전문

최근 여론조사 행태를 보니 아예 작정하고 편들기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지난 대선 때부터 시작된 편들기 여론조사가 선거를 앞두고 이제 도를 넘었습니다.

지난 대선 때는 최고 32.3 퍼센트나 엉터리로 발표하더니 이번에는 지난 5/31-6/1 MBC 경남에서 보았듯이 모집단 샘플을 지난 대선 실제 투표 기준으로 민주당 지지자는 우리당 지지자의 두 배가 넘게 뽑아 조사해 놓고 그걸 여론조사라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선거가 끝나면 이런 여론조사 기관은 폐쇄시켜야 합니다. 한 점의 직업적 양심도 없이 특정정당 편들기로 혹세무민 하는 이런 여론조사기관은 이번 선거가 끝나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습니다.

최소한 민주당은 10퍼센트 정도 디스카운트하고 우리는 10퍼센트 정도 플러스하면 그나마 제대로 된 국민 여론일 겁니다. 지난 대선 때부터 우리는 편향된 언론, 방송, 포털과 조작된 여론조사와 싸우는 것이 선거운동하기보다 더 힘든 상황이 된 괴벨스의 나라에서 선거를 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 혹세무민하는 엉터리 여론조사에 현혹되지 마시고 꼭 투표장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기호 2번을 찍어 두 배로 좋은 세상을 만듭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